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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학·천도교의 보국안민 정신은 지금도 유효한가?

기사입력 2023.11.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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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미래의 거울

    지금으로부터 129전 전(前) 1894년 동학농민혁명(東學農民革命, 이하 동학혁명) 당시 동학이 내세웠던 첫 번째 실천이념이자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가 보국안민(輔國安民)이다. 갑오동학혁명 때나 오늘 날 행해지는 기념식과 재현행사에서도 가장 선두에 펄럭이는 깃발과 선창구호가 보국안민이다. 그 다음으로 제폭구민(除暴救民)·광제창생(廣濟蒼生)·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 등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동학혁명에서 상징적 이념, 캐치프레이즈의 깃발이 된 보국안민의 어원을 먼저 살펴보고 무슨 뜻이 담겨 있는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보국안민에 대해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 129년 전의 시대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이다. 또한 현재의 위기상황을 역사에서 지혜를 찾아 현명하게 대처하자는 것에 있다. 

     

    보국안민의 어원은 수운 대신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동학(東學)의 상징이념인 보국안민의 어원(語源)은 수운 대신사 최제우(水雲 大神師 崔濟愚, 이하 , 수운 대신사)로부터 시작된다. 동학·천도교 제1세 교조 수운 대신사는 포덕 1년(1860) 경상도 경주 용담정(龍潭亭)에서 동학을 창도하였으며, 이듬해 1861년에 지은 동경대전(東經大全)_포덕문(布德文) 내용 중에 [輔國安民計將安出_보국안민의 계책이 장차 어디서 나올 것인가]를 한탄하며 거론하였다.  

    그 후 수운 대신사께서 관과 지배층들의 탄압에 의해 전라도 남원에 오시게 된다. 당시 조선왕조사회는 왕이 천자(天子)라 하여 하늘을 대행한다는 절대 권력으로 백성을 통치하였으며, 양반과 상민의 신분차별이 완고하였다.

    그런데 수운 대신사께서 시천주(侍天主,사람에게는 한울님이 모셔져 있다.)하여, 사람과 하늘이 둘 아닌 하나라는 인즉천(人卽天,사람이 곧 하늘)이요,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섬기기를 한울님 같이)하라는 인권(人權)을 천권(天權)으로 선언, 반만년 역사에서 신분차별이 무너지는 인간존중의 평등시대를 열었다. 이는 개벽(開闢)이요 혁명(革命)과 같은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관리와 지배층의 탄압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었다. 수운 대신사께서 보수성이 강한 경상도 경주를 떠나 개혁성이 강한 전라도 남원 땅에 오신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수운 대신사께서 1861년 12월(음력) 중순에 남원에 도착하여 12월 말부터 1862년 5월 중순까지 교룡산성 선국사 암자인 덕밀암(德密庵)을 은적암(隱蹟庵)이라 고쳐 부르고 은거하신다. 이때 지은 경서들은 권학가(勸學歌), 도수사(道修詞) 동학론(東學論,논학문_論學文) 등 동학경전의 핵심을 이룬다. 은적암에서 1월초에 지은 권학가 내용 중에 ‘함지사지 출생들아 보국안민 어찌할꼬’라는 말씀이 나온다.

    당시 안으로는 조선왕조체제와 국교인 유교(儒敎)의 지배이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밖으로는 서양세력과 일본(日本)의 침략에 대한 절박한 위기상황이었다. 권학가에 보국안민을 재차 강조한 다음 바로 전주에 오셔서 동학을 포덕(布德)하신다. 수운 대신사께서 남원을 중심으로 전주 등 호남지역을 순회하면서, 그 유명한 동학혁명군의 군가와 훈련 때 쓰인 칼노래를 지어 칼춤을 행하셨다. 이는 1894년 동학혁명이 전라도에서 기포한 역사적인 필연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보국안민은 자주적 평화통일에서 찾을 수 있다.


    국어사전에는‘보국안민(輔國安民,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으로 되어 있다. 이런 해석은 넓은 의미로서 많은 해석 중의 하나로 보면 된다. 진정한 의미의 보국안민에 대하여 세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으로 나라를 돕고, 백성들이 불편해하는 모든 제도를 없앤다. 둘째-외적들의 침략에 나라를 지키고, 백성들의 피해가 없도록 보살핀다. 셋째-세계 각 나라들은 자주적으로 나라를 보전하고, 인류평등에 입각하여 각자 백성들을 편안하게 모신다. 이런 의미를 부여해야 진정한 보국안민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진정 보국안민의 계책이 코앞에 닥쳐왔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총부리를 마주하고 있으며, 북한은 핵무장으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이란 이유로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의 반대에도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자위권의 법률개정을 묵인하였다.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여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한반도를 바라보는 눈들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최근에 한·미·일 동맹으로 나아가는 것과, 북·중·러의 동맹으로 나아가는 쌍방 삼각동맹은 분단된 우리나라에 있어 다시 신(新) 냉전시대(冷戰時代)에 본격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남북은 물론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밀착된 외교관계는 앞으로 군사훈련 등 일본의 과거사 반성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에, 바로 129년 전 동학혁명 당시의 국제정세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오늘날 보국안민을 논한다면 남북의 자주적·평화적 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된다는 것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국권침탈에 대한 동학의병은 독립전쟁으로 맞섰다.

     

    동학혁명 2차 기포는 바로 일본군에 의한 조선의 심장부인 경복궁 점령 즉 국권침탈에 맞서 척왜(斥倭), 동학·천도교 2세 교조 해월신사(海月神師) 최시형(崔時亨)의 동학군 총기포령에 의한 전봉준(全琫準) 대장과 손병희 통령의 양호의병창의군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대일항쟁 즉 독립전쟁(獨立戰爭)을 일으켰던 것이다. 결국 일본의 조선 식민지 침략전쟁에 의해 수십만의 동학의병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임진왜란과 갑오왜란의 주범 일본과 군사동맹 운운하는 것은 잘못하다간 망국이라는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오늘 날 다시 보국안민을 외칠 수밖에 없다.

    동학·천도교(東學·天道敎) 3세 교조이며, 동학혁명군 대통령과 3.1독립운동 영도자 의암성사(義菴聖師) 손병희(孫秉熙)는 도전(道戰) 즉 진리와 사상전, 재전(財戰) 즉 경제와 무역전, 언전(言戰) 즉 정치와 외교전의 삼전론(三戰論)이 보국안민의 계책이라 말씀하였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지난 역사 속에 지혜를 찾아 보국안민의 현명한 대처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모두 직시해야 한다. 동학·천도교 제4세 대도주 춘암상사(春菴上師) 박인호(朴寅浩)는 ‘참에 살고 거짓에 죽는다.’고 말씀했다. 다시 말씀드려, 보국안민의 참다운 정신에 살고, 사대주의(事大主義)의 거짓에 죽는다는 말씀으로 가슴에 새겨야 한다. 따라서 동학·천도교의 ‘보국안민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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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송암 이윤영(천도교 직접도훈, 동학혁명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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