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22 17:08
TODAY : 포덕165년 2024.11.24 (일)
지난 5월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거쳐 교령에 선출되신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취임식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신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습니다. 교령이 된 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한 반년 이상 지난 것 같아요. 현재 우리 교단이 당면한 문제들이 대단히 많잖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우리 어렸을 때는 어머니들이 스웨터를 직접 집에서 짜서 입혔거든. 근데 그 실타래가 엉키면 실마리를 찾아 풀어야 풀리는데, 중간에 막 잡아당기면 더 엉켜서 풀지를 못해요. 근데 오늘날 우리 천도교는 그렇게 실타래가 엉켜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이를 풀어가느냐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취임이후 그런 걸 찾아서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욕심부리지 말고 한 발 한 발 가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전임 교령의 잔여임기를 맡아서 교령 직을 수행하게 되셨는데, 취임사에서 임기가 짧은 만큼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수운 대신사 탄신 200주년을 맞이하는데요, 교령님께서는 경전을 알기 쉽게 풀어쓰고 가르침을 펼치고자 하신다고 하셨지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연구하고 풀어쓰는 일은 내가 상주 선도사 할 때부터 많은 분들과 같이 만들어왔던 과정들이 있습니다. 제가 우리 교인들 중에 이 작업들을 함께할 사람들을 모았고 나까지 다섯 명인데, 그분들과 한 달에 두 번씩 모여서 한 구절, 한 구절 번역하는 일을 해왔지요. 그 2년의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과정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용담유사 연구』나 『주해 동경대전』을 펴내시기도 하셨지요. 굉장히 오랫동안 교령님께서 해오신 경전에 대한 해석과 번역 작업은 어떻게 보면 선생님께서 수행해오신 과업이었던 거잖아요. 올해 대신사님 탄신 200주년에 큰 결실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동경대전이나 용담유사를 번역하는 과정은 200주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기독교 성경을 보면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200년 동안 계속 번역이 되어 왔어요. 처음부터 100% 완전한 게 아니었습니다. 200년 동안 해온 일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경전도 계속 번역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동경대전이 한글로 번역이 된 게 1956년이에요. 한국전쟁 이후 협정이 끝나자마자 우리 중앙정부에서 만들었어요. 그 이후 번역을 한 번도 새롭게 시도해 보지 못했어요. 70년 동안 그대로인 거야. 세월은 이렇게 흘렀는데..
시대에 따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우리 경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점이 경전에 대한 어려움 때문이라고도 말씀하셨는데요. 참 안타까우셨겠어요
그렇죠. 제가 경전 연구를 하면서 이건 좀 심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일반인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는 경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령님께서는 우리 경전을 가로쓰기로 재편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경전 번역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접근하기 쉽고 읽기 쉬운 가로경전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예를 들어 신성사법설에서 하늘 천(天)자를 써놨는데 ‘한울님’이라고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하늘’이라고 번역해야 할 때가 있고 ‘한울’이라고 번역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근데 한결같이 ‘한울’이라고 번역을 해 놓았더군요. 또 ‘해월신사법설’을 강의하다 보니까 너무 중요한 부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대한 해명이 없어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동경대전, 용담유사에 이은 스승님의 말씀들을 지금부터라도 위원회를 조직해서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조금 먼 이야기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교령님께서 돌아보셨을 때, 어린시절이나 청년기에도 천도교를 하셨잖아요. 그때는 교세가 어땠나요?
지금보다는 컸지만 그때도 열악했어요. 내가 젊을 때는 전국에 청년회 조직이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청년의 조직이 없어요. 청년회장이 전국을 다니면서 순회하고 지방의 청년들을 만나서 그리고 청년들끼리 모여서 축구 시합도 하고 용담에서 모여서 수련하고 그랬죠. 지금은 그 청년들이 전부 나 같은 할아버지가 돼버렸지.
청년시절의 교령님께서 수련하시면서 천도교의 깊은 마음으로 들어가셨을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교령님의 청년기에는 어떤 부분에서 천도교 신앙에 매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청년이었을 때 수도원에 가서 수련을 하면서 경전연구를 주로 했지요. 수련과 경전공부를 함께 하며 천도교가 우리 인간이 현상 속에서 도달하지 못하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어렴풋이 깨닫고, 수련을 하다 보니까 그런 매력이 생기는 거죠. 내가 이 현실에서 가보지 못하는 세계에 갈 수 있는 것, 그 길이 천도교에 있다고 믿었고 그 세계로 가고 싶었던 거예요.
수련을 하시면서 품었던 마음들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교령님의 마음에 와 닿았던 스승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런 마음들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어요. 지금은 다른 사람과 화합하면서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죠. 내가 다른 분한테 베풀 수 있는 게 있으면 베풀고요. 그리고 갈등을 종식시키고 화합하며 살아가는 삶, 지금은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같이 사는 세상, 서로 돕는 데서 값진 행복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월신사 법설에 ‘부화부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끼리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조화를 이뤄 가정을 행복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 천도교의 미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균형과 조화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균형을 잘 잡아서 그걸 통해서 조화를 이루는 거죠. 균형이 안 되면 조화를 이루지 못하잖아요. 균형이 깨지면 위기가 와요.
천도교에서는 ‘한울님’을 내 안에 모시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울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한울’은 우리 천도 용어로서 우주예요. 근데 이것을 ‘한울’이라고 할 때는 생명 마음이 없는 겁니다. 생명이라는 마음이 그 안에 없어요. 논학문에 보면 ‘허령이 창창’하다는 말씀이 나오는데 ‘허령’이 바로 마음이에요. 근데 이 우주인 ‘한울’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는 거예요. 그래서 ‘한울님’이 되는 거예요. 우주만 얘기할 때는 ‘한울’이겠지만 여기에 생명력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한울님’이 되는 것입니다. 성사님 법설을 보면은 마음에 관한 것들이 나오는데, 마음이라는 게 참 기가 막히게 신령(神靈)스러운 거예요. 우리 마음에 신령스러움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허령(虛靈)이라고 얘기하는 거에요. 그것을 우주인 한울이 갖고 있기 때문에 우주가 한울님이되는 거에요. 이 우주를 살아있는 생명으로 보는 거지요.
천도교 교세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천도교가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야 할까요?
천도교가 왜 존재합니까? 우리가 스승님의 가르침을 공부해서 세상에 펼치려고 하는 건데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펼칩니까? 그러니까 교세가 늘어나려야 늘어날 수가 없어요. 우리가 자발적으로 우리 천도교는 이런 겁니다, 라고 밝힌 게 없어요. 그런 걸 위해서라도 경전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펼치는 것, 그리고 지금은 책만 가지고는 안 되는 시대예요. 인터넷 방송국 같은 걸 만들어서 정제된 것, 핵심을 뽑아서 천도교를 세상에 알리는 그러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천도교가 과거에 동학혁명과 3.1운동을 일으켰다고 하는 접근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역사인데 우리가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은 천도교의 어떤 가르침이 목숨을 희생해가면서 동학혁명으로, 3.1운동으로 표출되었는가를 사람들이 실감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중요합니다.
우리 스승님들이 그냥 주문을 준 게 아니에요. 이 주문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을 동학군들이 깨달았기 때문에 하는 거지.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이 그 안에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주 훌륭한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이 천도교인이야. 나도 천도교 한번 하고 싶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교령님께서 생각하시는 지금 우리가 천도교를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리로 믿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한다는 뜻입니다. 실천으로서 종교 신앙을 해나간다는 것이지요. 말로 한다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천도교인은 믿는다가 아니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실천한다는 뜻이니까.
교령님께서는 동학 천도교 연구자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천도교는 다른 종단과 달리 교육기관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많은 연구자들이 아쉬워하고 있는데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교육은 현 종학대학원을 어떻게 활용해서 잘 키우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저도 대학에 오래 있었지만, 지금은 교육기관을 새롭게 설립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끝으로 천도교가 나아갈 길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천도교 신앙을 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맛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삶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 천도교인의 의무이고 신앙을 세상으로 펼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 교인분들께는 개개인이 먼저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천도교인이라는 자각 하에 남을 대할 때도 천도교인이 이러면 안 되지, 그렇잖아요. 욕을 하려고 그러다가 천도교인이 욕을 하면 안 돼. 이웃하고도 잘 지내야지. 스스로 천도교인이라는 것을 늘 의식하고 천도교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에 우리가 포덕이 됩니다.
천도교인답게 스스로 천도교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천도교인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는 거예요.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산 신임 교령은 한양대 명예교수이며, 사회경력으로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학장, 한양대학교도서관장, (사)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을 역임 하셨으며, 천도교회 경력으로는 천도교 서울교구장, 천도교 교수회 회장, 천도교연구소 소장,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천도교중앙총부 현기사 상주선도사, 천도교중앙총부 교서편찬위원장을 하는 등 교단 안팎의 소임을 두루 역임했다.
인터뷰를 통해 천도교의 진리가 무엇이며 이 진리는 어떻게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로 향하였다. 각자가 서 있는 곳에서,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가고 있다. 마음 속 한울님께서 환히 길을 비추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