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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상의 주인, 한울 여성들의 신성한 생명 행진!
“여성이 천도교의 주인이다! 여성이 다음(새로운) 세상의 주인이다!”를 표방하며 창립된 천도교여성회가 2024년으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천도교여성회는 1924년 4월 5일, 천도교 제3세 교조이자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대표인 의암 손병희 선생의 부인 수의당 주옥경(守義堂 朱玉卿, 1894~1982)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천도교의 여성들이 창립한 단체로, 창립 당시 이름은 ‘천도교내수단(天道敎內修團)’이다. 전성기에는 전국 200여 개 지부에 3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때도 있었으나, 현재는 전국 60여 개 지부 3천여 명의 회원을 망라하고 있다. 역대 임원은 초대회장 주옥경을 비롯하여 42대에 걸쳐 모두 20명의 여성회장(중임 또는 3연임 이상 포함)이 재임하였으며, 부회장 이하 임원 숫자만 1천 명에 육박한다.
처음 이름인 ‘내수(內修)’는 천도교의 핵심 교리인 시천주(侍天主) 사상에 따라, 내 안(內) 모신 한울님 마음을 갈고 닦아서(修) “인내천 세상”을 이루는 주역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도교여성회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그리고 6.25 전쟁과 근대 산업화시기를 거쳐 오는 동안, 안으로는 수도연성을 통한 도가완성과 교회발전을 도모하고, 여성 지도자를 길러내는 한편, 밖으로는 사회봉사 활동, 여성인권 신장 운동, 남북 천도교여성 교류사업, 선열 선양사업, 수도원(修道院) 및 기념관 건립 사업 등 굵직한 대외 사업 등을 전개해 왔다. 또한 대외적으로 (사)한국여성단체연합, (사)한국사회평화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여성위원회 등의 연합단체와 연계하는 등 종교 및 사회 평화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천도교여성회 100년의 역사는 한마디로, 모심과 살림의 길이었으며, 천도교 여성들은 그 길을 정성과 공경과 믿음의 자세로 걸어왔다. 모심과 살림이란 안으로 나 자신을 한울여성으로서 고귀한 존재로 모시고, 밖으로 가정과 교회와 사회 전체를, 나아가 기후위기 등으로 말미암아 생존-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전 지구적 재난 상황을 생명살림의 자세로 살려나가는 주역을 (천도교)여성들로 설정하는 사상적 근거와 역사적 실천의 경험을 통해서 제시한다.
천도교에서 여성운동은, 일찍이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노비를 해방하여 며느리와 수양딸로 삼는 실천을 몸소 행한 것은 물론, 시천주, 즉 사람은 누구나 한울님을 모신 존재라는 가르침에 따라 남녀 평등한 조건에서 교리를 가르치고 수련에 임하게 한 데서부터 시작한다. 제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은 “베 짜는 며느리가 곧 한울님”이라고 선언하였으며, 또한 “부인(여성)은 한 집안의 주인”이라고 하고, 또 “구녀일남(九女一男: 남성 1명이 도통하는 동안 여성은 9명이 도통함)의 운수가 도래한다”고 하였으며, 또 “나(=최시형)는 부인(여성)도 스승으로 삼는다”고 하는 등 여성 존중의 교리를 설파하였다. 또한 동학의 향아설위(向我設位) 제사법은 나를 향하여 제사상을 차리는 혁명적인 제사법이고, 훗날 ‘청수 한 그릇으로 제사상을 차리는’ 천도교 특유의 제사법으로 발전하였는데, 이 또한 과중한 제사 문화에 시달리는 여성해방의 중요한 사례가 된다. 제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는 그때까지 이름이 없이 ‘○씨 부인’ 등으로 불리던 여성들에게, 모두 이름을 짓도록 하였으며, 동덕여학교(오늘날 동덕여대) 등의 여학교를 운영 또는 지원하여 여성 인재 양성과 계발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 나갔다. 이러한 바탕 위에 창립한 천도교여성회는 그 후 천도교내성단, 천도교내수회, 천도교부인회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 시련을 거쳐, 1968년 ‘천도교여성회’라는 이름을 쓰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천도교여성회100년사』는 100년간의 천도교여성회 역사를 제1부에서 여명기(창립 전) - 창립기(1924~1936) - 시련기(1936~1956) - 재건기(1956~1968) - 준비기(1968~1980) - 성장기(1980~2001) - 개화기(2001~2019) - 전환기(2019~현재)로 구분하여 시간 흐름을 축으로 여성회 활동사를 살피고, 제2부에서 ‘기념사업’, ‘조사 및 학술연구사업’, ‘문화사업’, ‘사회활동 및 대외협력사업’ 등으로 공시적으로 살피면서 천도교여성회 역사와 주요 여성 지도자들을 조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으로서 천도교 최고 예우직인 종법사(宗法師)에 초대회장 주옥경(1894~1982)을 비롯하여, 양이제(1892~1985), 차기숙(1899~1994), 최시영(1904~1992, 이상 환원), 조동원(1926~ 생존) 등 5명이 추대되었으며, 현재 천도교단의 유일한 종법사는 ‘조동원(전 가리산수도원장)’이다. 결론부에서는 천도교여성회 과거 100년사를 기반으로 미래 100년의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이 책이 과거사 정리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선언문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천도교여성회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여성운동과 사회운동, 그리고 종교 내의 여성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천도교여성회가 겪은 시련과 그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신적 강인함과 사회적 기여는, 단순한 종교 단체의 활동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의 역할과 위치를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천도교단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천도교여성회의 역사 또한 내적이며 종교적인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사 속에서 시대 흐름과 시대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응전해간 민족운동사, 여성운동사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으므로 그러한 내용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천도교여성회100년사』는 한국 여성사와 사회사의 중요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천도교여성회의 100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에서 여성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천도교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난과 도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간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교 단체의 역사를 넘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어왔는지에 대한 귀중한 사례이다.
한편 이 책은 천도교여성회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조직으로 편찬위원, 자료위원, 집필위원으로 구성되어 집필하였다. 최종 집필은 박길수, 노은정이 담당하였다. 기획은 천도교여성회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담당하였다. 추진위원회는 박징재 현 천도교여성회회장을 위원장으로 여성회 원로, 고문들을 자문위원으로, 여성회본부 상임위원, 중앙위원과 전국 여성회지부 회장들을 추진위원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천도교여성회는 오는 3월 25일 창립 100주년을 맞아 오전 11시 천도교중앙대교당(삼일대로 457)에서 제100주년 창립기념식과 함께, 『천도교여성회100년사』 출판봉고식(기념식)도 함께 봉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