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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모없는 자식이 어디있으랴

기사입력 2023.08.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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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 없는 동학농민혁명은 없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의 등재가 확정되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번에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 총 185점이 선정되었다. 

    문화재청은 “동학농민혁명은 부패한 지도층에 저항하고 외세의 침략에 반대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중이 봉기한 사건으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인간의 권리와 평등, 식민주의에 대한 반대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물”이라고 등재의 의미를 밝혔다. 

    유네스코는 동학농민혁명을 조선 백성들이 주체가 되어 자유, 평등,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기 위해 노력했던 세계사적 중요성을 가진 사건이라고 보았다. 특히 집강소를 민관 거버넌스의 원형이라고 규정하며 19세기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 실험이라고 주목했다. 이는 동학의 시천주 사상에 기반한 보국안민과 광제창생을 위한 ‘다시개벽’의 역사를 세계가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등재로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또 한 번 달라졌다.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1907년 대한제국 정부가 “최제우와 최시형의 죄안 삭제”로 동학을 공인한 것에 이어 대한민국 정부가 동학혁명군을 우리 역사의 주역으로 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어 2019년 정부는 5월 11일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로 확정하고 국가기념일로 삼았다. 이로써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국가가 공식화했다. 

    이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추서받는 일이 남았다. 

    이번 등재는 동학농민혁명이 국내를 넘어 세계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음을 의미한다. 최근 등재 기념식과 학술대회도 개최되었고,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발빠르게 전시회를 열어 동학농민혁명의 참된 의미를 찾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잼버리 참가자들도 기록물 전시회를 다녀갔다고 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모든 역사적 사실과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동학농민혁명도 마찬가지다. 동학농민혁명의 근원은 동학이다. 

    최제우는 안으로는 폭정과 혼란, 밖으로는 서양의 침략 속에서 방황하던 민초들의 살 길을 열어주기 위해 20여 년간 고행의 구도 끝에 “시천주(侍天主)”를 핵심 교의로 하는 동학을 창도했다. 수운은 자신의 노비 2명을 해방시킴으로써 시천주의 ‘다시개벽’의 역사를 열었다. 

    “한울님은 부엌에서 감응한다.”, “저 새소리도 한울님의 소리이다”, “아이 치는 것은 한울님을 치는 것이다”라고 말한 해월의 메시지는 수운의 가르침을 계승해 시천주 인간의 승화를 더욱 구체화시켰다. 

    해월의 노력으로 동학교단은 수십만의 교도를 지닌 전국적인 교단으로 성장하였다. 

    1892~3년의 교조신원운동에서 동학교단은 수운의 신원과 함께 국정 쇄신 및 외세 배격을 요구했으나 조정에서는 이단이라고 탄압했다. 

    이에 동학도와 민초들은 인간의 권리와 평등를 지키고 식민주의에 맞서고자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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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을 창시한 천도교 제1세 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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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의 터전을 닦은 천도교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등재를 위해 노력한 여러 단체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그러나 기록물에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과 용담유사가 빠진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동학 없는 동학농민혁명은 있을 수 없다. 

    동학농민혁명이 세계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인이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근대 문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인 동학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사유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번 등재를 세계 속에 가치롭게 뿌리내리는 길이다. 이를 바로잡은 일에 교단의 고군분투를 기대한다.



    글_성강현 / 동의대학교 역사인문교양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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