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22 17:08
TODAY : 포덕165년 2024.11.24 (일)
인구문제로 시끄럽다.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고 난리다. 엊그제는 북한이 남침한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다. 무슨 또 안보 장사꾼이 설치나 했더니 현재의 한국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이를 틈타서 북에서 쳐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악할 상상력이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 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했다가 “하나씩 낳더라도 한반도는 초만원”이라더니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꼴 못 면한다”라고 했었다.
예비군 훈련장에 온 남성들을 거의 강제로 정관수술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때 우리나라 인구는 4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을 때였다. 1983년이다. 1925년도에 남북한 다해서 인구가 1,900만이었다. 지금은 남한만 5,140만 명이다. 그런데 인구 절벽, 지역 소멸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출산 장려가 도를 넘고 있다. 4천만도 많다고 난리더니 5천만이 넘는 지금은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단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대한민국 땅은 11만 제곱킬로미터가 좀 안 된다. 이 땅에서 5천1백만의 인구는 1983년 4천만의 인구보다 모르긴 몰라도 두 배나 세 배는 더 쓰고 더 버리고 더 자연을 망가뜨리고 있을 것이다. 소득과 지출과 생산이 인구 배수보다 몇 배 더 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이 땅에 적정 인구수는 몇 명인지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과시적인 소비와 지저분한 욕망과 맹목적인 경쟁을 줄이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더 챙기고 더 쌓고 더 소비하는 데에 홀라당 정신이 빠져 있다.
남한의 현재 인구는 모든 측면에서 과잉이다. 이 땅에서 나는 것으로 2023년 현재의 5,140만 명이 먹고, 쓰고, 입고 살 수가 없다. 다른 나라의 자원을 가져와야 한다. 그것은 언젠가 한계에 직면한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 생태계에 끼치는 부담을 ‘생태발자국’이라는 개념으로 수치화하여 표시하는데, 1인 기준으로 한국은 기준치의 3.3배다. 그만큼 인구 과밀현상과 과소비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80억 지구인이 한국인처럼 생태자원을 소비하면서 산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한 셈이다.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가 발표한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에 나오는 얘기다.
결론은 쉽게 나온다. 인구를 1/3.3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국민 1인당 소비(또는 온실가스 배출량)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북한 동포나 다른 가난한 나라 등골을 빼 먹는 ‘기후 악당’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국가별로 그린 지도가 있다. 남한보다 땅이 더 넓은 북한이 에너지 지도는 한국의 1/5쯤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은 가난한 나라들에 더 치명적이다. 똥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는 게 지구 현실이다.
오늘은 AI나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소란을 피우고 내일은 출산율 저하로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떠든다.
앞뒤 안 맞는 주장이다. 일은 기계가 하게 하고 기계세, 자동화세, 부유세를 도입해서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을 대폭 늘이면 된다.
최저임금제처럼 소득 상한제를 도입하면 빈부격차도 줄이고 사회적 갈등도 해소된다. 소득 상한제는 미국이 대 공항을 앞두고 1920년대에 도입하여 성과를 본 제도이기도 하다. 끝내 소득재분배에 실패하여 1929년 대공항을 맞았다.
한국 인구. 더 줄어야 한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나 괴질로 고통스럽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출산율 저하로 줄어드는 게 천만다행이다.
목암 전희식('밥은 하늘입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