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22 17:08
TODAY : 포덕165년 2024.11.24 (일)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여름 5대 종단의 종교인이 모여 2박 3일간 전라도 일대를 순례하는 “5대 종단 종교인 생명평화순례”를 다녀왔습니다.
5대 종단의 종교인 중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성직자들과 교인들 40여 명이 중간중간 들르는 곳에서 종단별 기도회를 하며, 전국을 순례하는 것이었습니다.
버스에 처음 타며 인사를 나누게 된 한 수녀님은 제가 천도교인이라고 하자, “천도교요? 천도교인 처음 만나 봐요”라고 하셨습니다. 특히나 제가 천주교였다 결혼하며 천도교인이 되었다는 걸 아시고, 안타까워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생명평화 순례에 참가하며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천도교 측에서는 세명 밖에 가지 못해서 제가 집례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였습니다. 첫째 날 오후 기도는 불교에서 스님이, 저녁기도는 기독교에서 목사님이 집례를 하셨는데, 다음날 하는 아침기도식을 이제 막 천도교인이 된 저같은 새내기가 집례를 하게 되니 부담이 컸습니다.
경전봉독을 연습하며 다시 읽어보니, 문득 들은 생각은 ‘내가 걱정할 것이 무엇인가, 스승님이 이렇게 좋은 경전 말씀을 주셨는데’였습니다.
정말 저는 스승님 말씀만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평온하게 기도식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전북 군산 하제마을에 있는 600년 된 팽나무 앞에서 천도교기도식을 했습니다.
각 식순을 진행하며 동학에서 천도교로 이름을 바꾸게 된 이유, 청수봉전의 의미, 심고의 의미, 주문의 의미를 소개하고, 담백하게 경전봉독을 했습니다. 경주에 계신 고은당 임우남님이 준비해 주신, 기도문을 자임당 임남희님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읽어주셨습니다.
기도식을 마치고, 청수봉전에 그런 의미가 있는 줄 알았으면 팽나무 옆에 흐르는 약수를 떠서 했으면 좋았겠다는 하제마을 주민분도 계셨고 경전말씀이 너무 좋았다, 경전말씀을 보내달라는 목사님과 수녀님들이 많았습니다, 천도교 기도식이 군더더기없이 참 좋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경전말씀을 SNS로 보내드리고 버스에 타는데, 첫날 제게 천도교인 처음봐요 했던 수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기도식이 너무 좋았어요. 시대의 선각자였던 천도교의 스승님들이 그 당시를 겪으며 얼마나 힘드셨을까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 안에 한울님이 계시기에 항상 기쁜 마음으로 생활하지만, 때로는 천도교를 사람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기도식을 집례하며, 스승님 말씀이 있는데 걱정을 해 무엇하리, 내가 조금이라도 천도교를 알렸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한울님, 스승님 감사합니다.
글_한글
2023 천도교 생명평화순례 기도문
톡 톡
모시고 괜찮으십니까
톡 톡
모시고 살아계십니까
저희들 몸속에서
저희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오직 저희들을 살리려고 꿈틀대는
위대한 정신과 생명을 모시고
지금
이 새만금 갯벌을
톡 톡 건드려 봅니다
유일하게 살아나는 수라갯벌을
건드려봅니다
대책없이 무지몽매한 개발사업으로
어이없이 스러져간
크고작은 생명들의 흔적들을
건드려봅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세계 최대의 방조제는
세계 최대의 생태파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삼 십년 넘게
아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을 뿐
무슨 의미 입니까
누가 뭐라해도 아무리 말라 있어도
아니 풀만 있어도
갯벌이었기 때문에
갯벌이라 불러줘야한다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래야 갯벌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갯벌이라는 이름을 끝내 놓지않고
언젠가는 갯벌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놓지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귀한 생명들이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있습니다
터져나오는 고마운 생명들의 이야기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세계 최대 파괴지에서 작은 작은 생명들이
죽음의 틈바구니에서
생명의 위대함으로, 갯벌의 이름으로
살아나는 이 시각
또다시 신공항 건설을 꾀하고 있는
이 죽임의 행진을 어찌합니까
돌아가야합니다
물이라면 물의 원천으로
흙이라면 흙의 근본으로
갯벌이라면 ,늪이라면
그들 존재의 이유로 돌아가야 합니다
부디 만물의 근본을 헤아리소서
저 광활했던 생명의 숨소리를
기억하소서
기억하소서
2023.8 24. 천도교 한울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