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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꽃으로 꼿꼿이 승화하신 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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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포커스

겨울 눈꽃으로 꼿꼿이 승화하신 님께

원평집강소 최고원

최고원01.jpg


2015년부터 원평집강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5년도에 문화재청이 원평집강소를 복원했어요. 저는 원평집강소를 복원하려고 애쓰시다가 2008년 1월에 세상을 떠나신 선친의 유지를 받들다 보니 인연이 됐고요. 

고인이 되신 이이화 선생님께서 선친과 각별하셨는데, 마침 동학농민혁명 민간 재단에 계실 때라서 지역에 기념사업회 창립하는 방안을 제시해주셨지요. 2008년도에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꾸리고, 원평집강소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된 겁니다. 

선친께서 보내신 30여 년 세월과 합해서 40여 년이 걸려 복원됐지만 복원 후가 더 큰 고민이었어요. 

원평집강소 상징성에 큰 의미를 두고 찾아오지만, 기껏해야 건물 밖에서 잠시 쳐다만 보고 가는 게 전부였지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다시 찾아오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웃들과 꽃을 심고 놀이터처럼 놀며 한솥밥을 나누는 날을 정했고요. 음악회와 북콘서트를 열고, 인문학강연, 연극, 영화, 공연 등 재밌는 구실을 만들어서 신명 나게 놀게 됐답니다. 방문객이 오는 날은 구미란에 있는 이름 없는 동학농민군 무덤밭까지 안내하며 걸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제 앞에 보이는 일이다 보니 그냥 자연스레 하게 된 것 같아요.

 

 최고원02.jpg

 

그동안 원평집강소에서 다양한 행사 및 공연, 위령제 등을 추진해 오셨는데요. 대표적인 행사와 가장 뜻깊은 것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원평집강소에서는 행사보다 잔치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집강소 잔치가 뜻깊은 것은 기획단계부터 이웃들이 참여하고 준비한다는 겁니다.

해마다 12월 21일에는 원평 구미란전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원평집강소의 대표 행사지요. 구미마을 주민들이 모셔온 위령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모든 준비는 이웃들이 함께해요. 

이웃들이 풍물을 울리고 잠깐이나마 시대를 풍자하며 집강소 정신을 외치는 상황극도 열다 보니, 추모제가 잔치 분위기가 됐어요. 

설움 많은 세월을 지나와 이제는 보란 듯이 북치고 장구치며 제를 올릴 수 있으니, 사실 기쁜 날이기도 하고요. 추운 겨울 동지무렵에 이웃들이 모여서 제를 올린다는 게 결코 쉽지않은 일이기에 고맙고 뿌듯하답니다.

제가 잊지 못할 잔치는 ‘동록개의 꿈’을 죽이고 살렸던 두번의 공연 ‘동록개 지게상여놀이’입니다.

원평집강소는 백정으로 천민 신분이었던 동록개님이 차별없는 평등 세상을 만들자고 직접 지은 건물을 내어준 것으로 그 상징성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2016년 가을, ‘동록개의 꿈’이라고 새겨진 장승을 무형문화재 불교목조각장 임성안 선생님의 재능기부로 세웠는데 다음날 김제시에 민원이 들어갔어요. 장군님이 주재하신 건물에 감히 백정놈의 이름을 내세웠으니 굴착기로 파내겠다고요. 살리고 싶었던 집강소 정신과 더불어 장승을 세우기까지 많은 이의 노고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장승이 파손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기에 새긴 글자를 스스로 파내겠다고 했습니다. 되살린 동록개의 꿈에 다시 죽음을 고하는 장례라도 치러야 위안이 될 것 같았어요. 충남 공주 지게상여 놀이팀을 초청해서 이웃들과 함께 문화공연으로 장례식을 진행했지요.

그날 이후 기념사업이 무기력하게 방향을 잃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2017년에 다시 ‘동록개의 꿈’을 새기자고 결의했어요. 그러니 결국 살아서 돌아오는 동록개를 발벗고 맞이하기 위해 환생을 축하하는 지게상여놀이 공연을 기꺼이 다시 또 열었습니다.

 

동록개의 꿈이 ‘평등세상’이었듯이 원평집강소의 꿈이 있다면?

첫 번째 꿈은 구태여 기념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바라지요. 기념사업회를 만들 때 궁극의 목표가 단체 해산, 해체이었듯이 따로 기념사업이 필요치 않길 바랍니다. 이름 없는 동학농민군들의 구미란 무덤을 기억하는 게 이웃들의 일상이 되고, 기획된 잔치가 아니어도 이웃들의 집강소 공유가 신명 나면 좋겠어요.

모두의 바람처럼, 역병도 물러나서 이웃들과 맘 편하게 집강소 밥을 먹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만을 바랍니다.

두 번째 꿈은 1894년에 전라도 53곳 53개였던 집강소가 세계 방방곡곡마다 가슴 가슴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다양한 형태와 빛깔로 별처럼 많아지면 좋겠어요.

 

실제로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겸 사무국장을 맡으며 지역에서 활발한 동학운동을 하고 계신데요. 동학연구활동가로서 개인적인 꿈이 궁금합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보였다면 다행일까요. 한편으론 부끄럽습니다. 

가늘게 버텨온 세월이었어요. 다행히도 ‘작게 만 들고 적게 채우고 비워두자’ 라는 처음 신념을 잃지 않아서 남들에게 보여진 것과 달리 낙천적으로 걸어왔지요.

이제 저는, 제가 활동가로서의 꿈은 그만 꾸고 싶어요. 어느 지역 어느 곳이 의미가 덜 한 곳 있을까요. 어느 날이 더 중요하고 어느 날은 덜 중요할까요.

다만 기록된 날만을 우리가 기억할 뿐이지요. 1년 365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아닌 날이 없지요.

100년 전의 역사가 아무리 중요해도 지금 사는 이웃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관계 속에 늘 신중해야 했어요. 

너무 늦지않게 그 부담을 벗고 자연인 구미란댁으로 숨고 싶어요. 점점 건강을 자신할 수 없는 저는 늘 떠나는 날을 꿈꾼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제가 좋아서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무거운 사명을 벗고 기꺼이 떠날 수 있으면 행복하지요. 저는 제가 없는 날을 꿈꿉니다.

원평 구미란전투 희생자 추모제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원평집강소를 출발해서 원평취회가 열렸던 원평장터를 지나 전투 당시 불에 탔던 마을 구미란을 거쳐 동학농민군 무덤이 있는 구미산을 오를 때에도 이웃과 유족이 함께 풍물 장단을 울리며 걸었습니다.

"제삿밥 지게 지고 북장단에 너울너울, 

동짓달 서릿발에 지게춤을 건등건등 추면서 님을 뵈러 가는 길, 

그 겨울 눈꽃으로 꼿꼿이 승화하신 님께 그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원03.jpg

 

* 이 글은 천도교중앙총부 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에서 발행한 매거진 <동학집강소>에 게재된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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