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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다시 개벽

기사입력 2023.07.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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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철수 화악산 수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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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철수, 사진제공_최인경

     

     천도교에서 다른 직책도 갖고 계시지만, 화악산 수도원장직을 맡고 계신데 화악산 수도원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화악산수도원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 화악리 화악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970년에 개원되었으니 50년이 넘었습니다. 수도원의 경관부터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도원은 경내에 1년 내내 변함없이 샘솟는 약수와 많은 물고기가 뛰노는 연못이 있으며 맑고도 차가운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있습니다. 동·서·북쪽 삼면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남쪽은 바다처럼 확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화악산은 우리 민족의 분단의 한이 서린 북위 38도 선상에 있으며, 우리나라 동서남북의 중앙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군사시설 관계로 오랫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어 자연 보호가 잘 되어 있으며, 과거 은도시대에 동학교도들이 숨어서 수도하던 유서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악산 수도원은 천도교인의 수련장인 동시에 인간성 회복과 민족정기 선양의 교육장으로서 포덕천하, 광제창생, 지상천국 건설의 역군을 육성하고 인내천 진리를 온 누리에 펴나가는 성스러운 수도원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한번 오셔서 화악산 수도원의 넉넉한 품에 안겨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화악산 수도원에는 수련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찾으실 텐데, 동학은 한울님을 모시고 스스로 수련을 통해 마음을 닦아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민중들에게 큰 희망이었지요. 민중의 삶 속에서 종교는 때로 거대한 사상의 뿌리가 되기도 합니다.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뒤틀린 갈등의 움직임도 보입니다. 혁명으로서의 동학, 사상으로서의 동학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동학을 단순히 어느 시대의 농민 투쟁으로만 인식하고 있어요. 큰일을 일궈낼 때마다 그 바탕에 동학이 있었을 겁니다. 처음에 수운 대신사님과, 해월 신사님, 그리고 의암 성사님이 당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친 노력으로 만드신 걸 거예요. 그 사상을 완성하기 위해서요. 그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어야 하는데, 일부 학자들의 박사학위 논문에도 보면 원래의 동학은 어디 가고 농민의 투쟁으로만 보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에 대해 재조명해야 하는 것, 그것 또한 학자들이 할 일인데, 무엇이 두려워서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인지 아쉽습니다.

     

    학계에서도 꼭 주목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기마다 깨어있는 민중들은 동학의 가치를 다시 생각했고, 또 그 뜻에 따라 풀뿌리 민중들의 희망이 되어왔습니다. 오늘날 동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요?

    먼저 동학이 무엇이라는 것, 동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합니다. 수운 대신사님과 해월 신사님, 그리고 의암 성사님께서 동학을 통해 민중을 돌보고 또 민중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하늘로 모시고 스스로 깨닫는 것, 이것이 민중들에게 각성을 주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스승님들이 동학을 일으키고 보살피고 가꿔나간 노력에 대한 포커스가 작아졌고 그것을 내세우기에는 교세가 약하다 보니 가슴이 아팠어요. 대중에게 동학을 알리고, 또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종교를 떠나 진심이 와 닿는 이야기들로요.

      

    최근 몇 년사이 영성, 마음공부 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문수련, 명상 등 종교적인 의식으로써의 의미를 넘어서는 하나의 수련법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화악산 수도원의 수련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일반인들이 수련에 참여할 수 있는지도 안내해주세요.

    그런 현상을 저도 듣고 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련프로그램을 한 번 열었습니다. 입교하지 않은 열 다섯분 정도 모시고 화악산에서 천도교의 수련법, 마음자세 등 3박 4일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습니다. 처음 수련공부를 하실 때 주문을 외우면서 강령체험까지 가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또 주문을 외면서, ‘왜?’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갖고 있으면 더욱 그렇고요. 그렇다보니 일반적으로 많이 배운 분들은 그런 체험이 좀 더디게 오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음을 내려 놓은 상태에서 주문을 외면 그 경지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화악산 수련시간은 정해져 있어요. 아침 5시부터 오후 9시까지인데, 일반인들이 체험하긴 어려워요.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해야겠죠. 또 화악산 수도원에 찾아오기까지의 여건이 썩 좋지 않아요. 걸어서 올라오셔야 하니까요.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오기가 쉽지 않아요. 화악리까지 오는 버스도 하루에 4번 밖에 없어요. 그렇다보니 1년에 오시는 분들이 400명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 등의 환경문제가 우리에게 직면한 가장 커다란 담론으로 느껴집니다. 생명운동이나 그 담론에 기반이 되기도 한 동학의 사상과, 기후위기 문제를 연결해서 자본과 기술이 지배한 이 시대의 문제들을 지혜롭게 극복해나갈 방법으로 수련 프로그램을 통해 모색해보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결국 기후위기 문제는 더 많은 것들을 더 빨리 소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가 아닌가 싶거든요.

    그렇습니다. 시대가 어려우니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또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 문제는 국내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었습니다.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겁니다. 그럴수록 자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잘 닦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시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동학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천도교의 장점은 마음을 잘 다스리다보면 군자 같은 성품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거기서 더 올라가면 성인이 되겠죠. 군자는 자기의 말을 다 하지 않고 올바른 말만 합니다. 성인은 내 마음 속의 말을 이뤄내고요. 마음을 잘 가꾸고 군자가 되고 좋은 말만 하니 이 사회는 싸울 일이 없을 것 아닙니까. 마음가짐을 다스릴 수 있는 수련은 천도교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박한 이 시기에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도 수련이고요.

     

    다시 한번

    “우리 민중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어려운 시기가 올 때는 다시 똑같은 생각으로 그 일을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대신사님이나 해월 신사님이 다시개벽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때의 그 마음이 우리에게 유전인자처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민중은 위대합니다.

    어려운 시기가 오면 또 그렇게 할 겁니다. 

    결국 이겨내고 또 한 발짝 걸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반복되지만 그렇게 다시 개벽할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소수라도 있으니까 참 다행 아닙니까.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다시 일어설 겁니다.”

     

    다시 개벽

    매일 다시 태어나고 다시 개벽하며 다시 걷는다.

    인터뷰가 끝나고 말은 흩어졌지만 다시 한 걸음을 걷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한 걸음씩 오래 걷는 사람들이 수십 만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천천히 걷기를 바라며 뒷모습을 오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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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악산수도원, 사진제공_최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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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악산수련원, 사진제공_최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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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악산수련원, 사진제공_최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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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악산수도원, 사진제공_최인경

     

     

    * 이 글은 천도교중앙총부 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에서 발행한 매거진 <동학집강소>에 게재된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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