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1.22 14:37
TODAY : 포덕166년 2025.01.22 (수)
포덕166년, 금년은 천도교가 이 땅에 태어난 지 세 번째 맞이하는 을사년이다. 금년의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로 알려져 있고 지혜와 새로운 변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첫 번째 을사년(포덕 46년 1905년)과 두 번째 을사년(포덕106년 1965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자.
창도 후 첫 번째 을사년인 포덕46년(1905년)은 을사늑약이 있었던 해로서 한국사에서 매우 아프고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대한제국이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의해 실질적인 주권을 잃게 되는 시기이다. 을사늑약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면서 1905년 11월 17일 일본이 고종 황제와 대한제국 조정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력과 협박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었다. 일본의 갖은 공작으로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천도교 교단 역시 이용구를 포함한 진보회의 친일성향으로 교단의 어려움이 매우 컸으나 이들을 출교시키고 포덕 46년(1905년) 12월 1일 동학을 천도교라는 이름으로 온 천하에 선포하였다. 따라서 동학은 은도(隱道)의 시대를 벗어나 현도(顯道)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일제의 강점으로 국권이 상실되자 의암성사님은 국권회복을 위한 거족적인 독립운동을 준비하여 기미년에 민족의 자주독립을 세계만방에 알렸다.
두 번째 을사년인 포덕106년(1965년)은 국가적으로 중흥을 하기 위하여 정부는 국가경제개발에 온 힘을 쏟아부은 때이다. 1965년 6월 22일 한일협정이 전격 체결되면서 논란도 많았다. 당시 100만 이상의 신도를 가진 천도교 중앙총부에서는 1965년 7월 13일 자 동아일보에서 '전국천도교인에게 고함'이라는 기사를 통하여 국가의 중요 사안인 한일국교 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 내용 일부를 보면 "앞으로 대일 자세에 있어 민족적 자립정신과 주체의식을 환기 함양함에 우리 천도교인이 국민의 선두에 서서 솔선수범하여 국민의 사표가 되자고 하였다". 또한, 모든 교인은 일심동체로 은인자중하여 초연한 자세로 이 난국을 타개하자고 호소하였다. 유일한 천도교 기관지인 신인간이 새 인간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격월간 발행을 시작하고 탑골공원 의암성사 동상 건립 기공식이 있었다. 묵암 신용구 교령님의 영도 아래 민족 종교로서의 자부심을 확고히 가지고 있었다. 특히 필자가 청소년기에 성장한 남해는 천도교 왕국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마을마다 가가호호 궁을기가 펄럭이고 주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두 번째 을사년으로부터 60년이 되는 오늘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권학가에서 “시운을 의논해도 일성일쇠 아닐런가 쇠운이 지극하면 성운이 오지만은 현숙한 모든 군자 동귀일체 하였던가”라고 하였다. 쇠운이 지극하면 성운이 온다는 대신사님 말씀대로 우리 교단도 동귀일체하여 성운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 가지씩 해나가야 한다. 별다른 도리가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교단의 중의를 모아서 꼭 필요하고 실행 가능한 것부터 선택과 집중으로 한 가지씩 풀어나가자. 첫 번째와 두 번째 을사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두 번의 을사년 모두 일본과 관련되는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던 해이다. 우리 경전 안심가에 “개 같은 왜적 놈”이라고 수운대신사님이 말씀하신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동학혁명 때 일본군은 우리 동학군을 얼마나 많이 학살 하였는가 일제 강점기 시절 얼마나 많이 천도교를 억압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잊지 말고 두 차례의 을사년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시대에 디지털 대전환,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 대전환 및 예측 불허의 AI(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종교와 과학이 서로 마주보면서 세상 문제를 풀어나가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데 천도교는 얼마만큼 이 분야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포덕의 문제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해월신사님의 용시용활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올해는 교단의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하는 해이니만큼 교인들의 기대 역시 크다. 이러한 막중한 일을 헤쳐나갈 수 있는 덕망 있는 분이 교단의 수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울산시교구 이암 정의필(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