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27 15:09
TODAY : 포덕165년 2024.11.27 (수)
본지에서 동학 소설 연재를 앞두고 김현종 소설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의 집필 계기와 과정, 이 시대 동학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간결하지만 묵직한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김현종 소설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작가님 반갑습니다. 천도교 신문과 <신인간>에 선생님께서 쓰신 소설 <하얀 혁명>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작품 기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작가님께서 그동안 어떤 작품 활동을 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천도교 인터넷신문 독자 여러분, 저는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해방기의 북한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계간문예지 《한국문학시대》에 단편소설 「이각형」으로 등단했고 동 문예지에 장편 대하소설 『아버지의 나라』를 8년간 연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서로는 소설집 『보다 보이다』, 장편소설 『천살의 시대』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소개가 될까요?
작가님께서 본지에 연재하실 소설 <하얀 혁명>은 어떤 계기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동학혁명이라 하면 흔히 남도 지방에서 일어난 농민 항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독서 활동과 문헌 연구, 현장답사를 통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동학혁명은 어느 특정한 지역에서 일어난 항쟁이 아니라 전국 모든 지방에서 봉기한 민족적 저항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거병한 경기 동학군의 활약상과 유혈 투쟁은 다른 지역에서 봉기한 동학군 못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 왜곡되고, 축소되고, 폄훼되거나, 손망실 처리된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소설 <하얀 혁명>은 그동안 묻히고 소실된 경기 동학군의 면모를 역사적 실체에 접근해 천착하고, 이를 서사 구조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근대사의 질곡을 바로잡고자 기획하고 저술하였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신영우, 표영삼, 성주현, 박맹수, 최홍규, 최효식 등 선행 연구자의 연구 성과에 기댄 바가 크며, 이들에 의해 눈이 떠지고, 세상 보는 눈이 밝아진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동학은 폭정에 맞서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으려 했던 민중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민중봉기였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민중들이 일어선 혁명인데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님께서 어떤 세상을 꿈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학혁명의 사상적 기저는 단연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실천과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함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강령은 보국안민(輔國安民), 광제창생(廣濟蒼生), 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였습니다. 이는 곧 외세의 침탈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독립투쟁이며, 수운 대신사께서 창도하신 동학을 정신적 기반으로 하는 인본주의 혁명이자 풀뿌리 농민봉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얀 혁명>은 이런 정신혁명에 기반하여 민중의 힘을 기르고, 혹세무민하는 탐관을 징치하며, 강도 왜적과 과감히 맞서 싸우는 견결한 현장을 펼쳐 보임으로써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 사람을 하늘로 여기는 세상이 여기에 있음을 보여주고자 밤을 잊은 날이 많습니다.
소설 집필을 마치시고 이제 이 작품이 독자들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학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품의 제목이 암시하듯 동학혁명은 실패한 봉기였습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항쟁이었습니다. 세계정세에도 깜깜이였고, 무기도 열세였으며, 동조하지 않는 세력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예술이란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라고 역설한 김수영의 말처럼, 혁명이란 불가능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열망입니다.
혁명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불편하고 괴로운 것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혁명하지 않는 안주는 나를 잊는 것인데 반해, 혁명의 가치는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도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내가 나의 주인인 줄 모르고 남의 입에서 나온 말이나 신본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학은 인본주의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 것은, 종교든 무엇이든, 옳지 않다고 봅니다. 서(西)가 동(東)이 아니듯, 동(東)은 서(西)가 아닙니다. 동학은 바로 나를 되찾는 일이고 인간을 위하는 길입니다. 지금부터 <하얀 혁명>은 그 이야기를 피 붓에 적셔 아프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김현종 작가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해방기의 북한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간문예지 《한국문학시대》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에 『보다 보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