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18 17:03
TODAY : 포덕165년 2024.11.18 (월)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오늘 수련 전(前) 강의를 맡은 원암 김창석입니다. 제가 부족한데도, 특히 수련에 있어서는 더욱 부족한데도, 총부 지시를 받아 감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수련은 말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잘 알기에 매우 송구스럽고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 선생님, 사모님, 동덕님들 앞에서 ‘강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부족한 사람이 조그마한 증험과 생각, 경전공부를 토대로 수련 전 분위기를 돋구기 위해 드리는 말씀으로,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수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처음 수련할 때의 마음가짐을 되살려보는 시간이라 여기고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이곳 대교당까지 와서 수련을 합니다만, 수련이란 무엇입니까?
수련은 잊고 잃어버린 본래의 나를 찾고 회복하려는 정성입니다. 그런데, 본래의 나는 내가 그냥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천가지 만가지 방법을 써도 현재 물든 상태의 이 마음으로는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반드시 한울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내가 애초 한울님에게서 나온 것은 맞습니다만, 지금은 많이 잊고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이걸 다시 찾으려면, 억 억만년 전부터 본래 상태 그대로 존재해 오셨고, 앞으로 억 억만년 후에도 변함없이 본래 상태 그대로 존재하실 한울님한테서 받아야 합니다.
무엇을? 깨끗한 물을, 생혼(生魂)을 받아야 합니다. 천심(天心)을 받아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 어느 곳도 아닌 한울님한테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한울님이 어디에 계십니까? 내 안에 계십니다. 바로 내 안의 한울님과 통하고 교감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한울님이라는 참(眞)의 세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걸 분명히 알고 주문공부를, 수련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본래의 나를 찾고, 삶을 헤쳐 나갈, 원활하고 행복한 삶을 열어나갈 지혜와 용기와 능력을 받아 갖추게 됩니다.
그러면 수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무엇보다 마음 가짐,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선, 내 안에 한울님, 스승님이 계심을 명심하고 마음을 낮춰야 합니다. 한울님 스승님을 늘 생각해서 온화하고 공경스러워야 합니다. 경외지심(敬畏之心), 효제온공(孝悌溫恭)의 마음을 쌓고 기르는 데 계속 노력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강조하는 사인여천(事人如天), 경인(敬人)・경물(敬物)도 이처럼 내 안의 한울님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밖으로 확장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내 마음이 낮아야, 불손한 마음이 없어야 한울님 스승님 앞에 떳떳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그럴수록 주문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은 어떻게 낮출 수 있습니까? 항상 내 마음을 점검하고 살펴야 합니다. 내 마음 상태는 어떤지 스스로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마음을 쓸 때, 내 마음 작용이 일어날 때 어떠한지 진솔하게 살피고 지켜봐야 합니다.
이를 좀 구분해서 말씀드리면, 평소에는 이렇게 늘 마음 상태를 살피면서, 잘못되고 부족한 점이 나오면, 반성하면서 개선을 다짐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계속 주문을 외우면서 개선을 약속하는 심고를 드리면서 내 안의 한울님께 정성 공경을 다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같이 특별히 수련을 할 때는 집중적인 참회반성을 해야 합니다. 지난번 수련 이후, 나아가서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내가 마음 쓰는 것,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 것, 그로 인해 일어난 일과 결과를 숨김없이 되돌아보면서 솔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잘못된 삶과 인과(因果)를 알고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더욱이 오늘은 대신사님 탄생 200주년이라는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때를 맞아, ‘나는 과연 그 분의 생전 가르침과 헌신, 참형을 당하시며 남기신 뜻을 제대로 지키고 따랐는가’, ‘과연 제대로 실천하고 펴기 위해 내 도리와 역할을 다해 왔는가’, ‘정작 내 할 일은 알지 못하고 하지 않으면서, 때와 여건, 주변의 교구장님과 동덕님들, 교단 탓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고 내 가슴 저 밑에서부터 참되고 솔직하게 참회반성해야 합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스스로 살피면서, 진실하게 참회반성할 때, 내 안의 한울님 스승님과 새로운 만남이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한울님 마음, 천심, 생명의 물, 생혼이 화해 나오면서, 본래의 나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오늘 이 뜻깊은 자리에 부합하는 수련 시간을 비로소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련의 증험과 단계
그리고 모처럼 수련을 하기 위해 모였으니, 이렇게 수련을 하면, 어떤 증험과 과정을 밟게 되는지 같이 알아봤으면 합니다. 보이지 않고 무형한 마음 공부라는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도를 미리 펼쳐보는 심정으로 의암성사님 법설 <십삼관법>에 비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천도교 동귀일체’ 발간 『천도교 신앙심화』(글나무, 2022) 28-32쪽을 참고하였다. )
먼저, 한울님 스승님 앞에 마음을 낮추고 진실되게 참회반성하면서 주문을 열심히 외우면, ‘염주관 감화관(念呪觀 感化觀)’이라고 한울님의 감화를 받게 됩니다. 그동안은 한울님이 계시고 감화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일상에 빠진 나머지 잊고 지내다가, 주문을 지성으로 외움으로써 한울님 감응이 있음을 증험하고 새로운 세계를 감격스럽고 흐뭇하게 느끼게 됩니다.
두 번째는 ‘아무관 천유관(我無觀 天有觀)’이라고, 한울님의 감화를 받고 감개무량한 심경이 되어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그동안 한울님의 은덕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죄송한 나머지, 자기자신마저 망각하고 한울님만 지극히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신앙이 본궤도에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자칫하면 한울님에 너무 예속되고 의존적인 신앙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알고 다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아유관 천무관(我有觀 天無觀)’입니다. 한울님 감화로 내 생각보다 한울님 생각을 주로 하면서, 한울님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주신다는 것을 알고, 차차 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면서 한울님을 부리는 마음이 됩니다. 즉 사람의 권능이 한울을 이긴 상태입니다. 한울님께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하는 것은 좋은데, 나는 아직 육신관념이 남아 있으므로, 자칫 자만과 감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성무관 심유관(性無觀 心有觀)’입니다. 한울님만 믿으면서 신앙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그것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모든 일이 좌우됨을 알고, 마음을 닦아야 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울님 모심을 알아야 마음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 천도교는 한울님을 믿는 동시에 자기 마음을 닦고, 마음을 닦는 동시에 한울님을 믿고 수행하는 종교입니다. 그동안 마음공부를 모르고 살아온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참회하면서 열심히 마음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성품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다섯 번째는 ‘심무관 성유관(心無觀 性有觀)’입니다. 마음을 닦아 깨끗한 마음이 되게 하고, 괴로운 마음을 기쁜 마음이 되게 하고, 복잡한 마음을 일심(一心)이 되게 하는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마음의 근본이 성품임을 알게 됩니다. 성품공부를 해야 무궁한 나를 찾고 마음공부도 제대로 할 수 있고, 도를 통하게 됨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무심하고 비고 고요한 경지에 이르기 위한 성품공부에 집중하고 정진하는 단계입니다.
여섯 번째는 ‘성무관 심무관(性無觀 心無觀)’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니 성품도 있고 마음도 있는 것이지, 완전히 성품 세계로 들어가 한울님 입장에서 보면 성품도 없고 마음도 없는 것입니다. 수도를 계속하여 육신관념과 개체의식이 없어지고, 오로지 무형한 성령의 세계에서 살면서 모든 사물을 한울님 입장에서 바라보는 높은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일곱 번째는, ‘성유관 심유관(性有觀 心有觀)’즉, 성품도 있고 마음도 있는 단계입니다. 성품도 마음도 없다고 보는 깊은 경지에 이르렀다가 다시 성품도 있고 마음도 있다고 보면서 성품공부와 마음공부를 병행하는 성심쌍수의 단계입니다. 마음과 성품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성심 양방향으로 잘 닦아 견성각심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마지막 열세 번째‘세계관 극락관(世界觀 極樂觀)’까지 단계가 많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살펴보고, 이후는 앞으로 공부가 더 많이 되면 그때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내가 수련을 하면 이런 과정과 단계를 거쳐 가게 되는구나’ 하고 머리 속으로 한번 그려보고 임했으면 합니다
맺는 말씀
오늘 이 자리는 대신사님 탄신 200주년을 맞아 다함께 수련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모쪼록 자신에게 참되고 솔직한 자세로, 내 안에 모신 한울님 스승님께 충실하고 떳떳한 시간을 만들어가시길 염원드리면서 부족한 저의 말씀 마치겠습니다. 정말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원암(元菴) 김창석(동귀일체 회장 / 마산교구)
※ 이 글은 지난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진행한 특별기도 강의안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천도교 동귀일체’ 네이버카페(https://cafe.naver.com/chonsim)에 게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