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05 12:14
TODAY : 포덕165년 2024.11.05 (화)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업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는 인류가 살아가는 방법을 세세히 교훈으로 후학들에게 알려 주시고 대구장대에서 순도하신 것이다. 수운선생의 탄신과 득도 및 순도의 순간순간 들이 모두 신비에 쌓여 있다. 신인임을 말해 주는 위대하신 분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순간들을 살펴보면서 다시 한 번 수운 선생의 200주년 탄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먼저 수운선생의 탄신에 대해 살펴보자. 갑신년 1824년(순조24년)10월 28일(양력 12월 18일) 새벽 먼동이 틀 무렵 경주 현곡면 가정리 안쪽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63세의 근암공(수운 선생의 부친)은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태어날 때 하늘이 아주 맑았으며, 해와 달이 밝은 빛을 발했다. 상서러운 기운이 집 주위에 둘러졌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구미산 봉우리가 3일간이나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최씨 가문에 유명 인사가 탄생하면 구미산이 울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7대조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이 탄생했을 때도 구미산이 3번 울었다고 한다. 수운대신사 탄신일에 구미산이 3일이나 울었다는 것은 수운이 위대한 인물, 즉 신인임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용담가에서도 “기장하다 기장하다 구미산기 기장하다 거룩한 가암 최씨 복덕산 아닐런가”하여 구미산과 최씨 가문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였다.
득도의 순간을 보자. 1860년 경신년 4월 5일(양력 5월 25일) 오전 11시에 한울님으로부터 후천 오만년 무극대도를 받으셨다. 포덕 5년 전, 1855년 3월 울산여시바윗골에서 을묘천서를 받고 수련을 거듭한 후 1859년 10월, 용담으로 돌아온 지 7개월만이다. 그로부터 4월말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수없이 많은 천사문답이 계속되었다. 득도 당시의 심정과 상황을 친히 저술하신 하신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8편에 기술하셨다. 간단히 살펴보면 “뜻밖에도 사월에 마음이 선뜻 해지고 몸이 떨려서 무슨 병인지 집증할 수도 없고 말로 형상하기도 어려울 즈음에 어떤 신선의 말씀이 있어 문득 귀에 들리거늘 깜짝 놀라 캐어물은 즉 대답하시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상제(한울님)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로 시작해서 천사문답이 이어 졌다. 나중에는 수운 선생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씀과 천사문답이 이어졌다. 드디어 시천주의 진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순도의 순간을 살펴보자. 조정으로부터 사형 집행 명령이 대구 감영에 하달되어 포덕 5년 갑자년 3월 10일(양력 4월 15일)에 대구 감영에서 수운대신사를 참형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형졸이 수 삼차 대신사의 목을 베어도 되지 않았다. 모든 관속들이 창황실색하여 어찌 할 줄을 몰랐다. 이때 대신사께서 형졸에게 명하여“보국안민 포덕천하 광제창생”열 두자를 써서 펼쳐 놓고 청수 한 그릇을 모셔다가 그 위에 놓으라고 하신 후 청수를 향하여 한참동안 기도하신 다음 형졸을 향하여“이제는 안심하고 베라”하시고는 형장에 나아가시니 당년 41세였다. 이때 갑자기 천지가 어둑하여 지고, 광풍이 일어나고, 폭우가 쏟아지고 실로 천지신명이 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크게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마침내 수운대신사는 순도하시었는데 금년은 순도 1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모든 탄신, 득도 및 순도의 과정이 신비에 쌓여 그 영적들을 쉽게 일반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종교는 영적의 순간들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우리 천도교인들은 선배 동덕님들로부터 이러한 내용들을 무수히 많이 들어 왔고, 교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수운대신사 탄신 200주년을 맞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설적으로 한국의 근대사를 장식하는 빛나는 삼일독립운동, 동학혁명 등이 과연 수운대신사가 탄생하지 않았다면 가능했겠는가를 자문해 본다. 한편으로 우리는 과거사에 매이지 말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200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미래 지향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인공지능 시대에 온 사회가 초지능과 초연결사회로 가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교단 운영과 교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등 막중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한 교단 차원의 현명한 지혜와 교인들의 사명이 눈앞에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정의필(울산교구,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