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22 17:08
TODAY : 포덕165년 2024.11.25 (월)
우리는 늘 보고 들으며 느끼면서 사물을 인식하고 생각을 일으키며 감정을 작동시킵니다.
이러한 작용들이 평소에 수없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그러한 일들에 무감할 뿐 아니라, 어떤 때는 별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도 어떤 경우에는 특별한 감성을 발휘할 때가 있는데, 가령 아름다운 장면을 보았다든가, 감동적인 모습을 경험하였을 때입니다. 이때가 되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맛보기도 하는데, 그 잔잔한 여운이 마음을 건전하게 이끄는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행위가 꼭 종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美)와 추(醜), 정(正)과 사(邪), 조화와 부조화 등과 같은 예술적 구도도 때에 따라서는 정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수족 동정이 마음에 내재한 성정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점을 상기할 때면 더욱 이러한 현상을 실감하게 됩니다.
몸과 마음과 성품을 심(心)과 미(美)와 예(藝)로 다스린다는 것은 본능과 본성에 잠재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길에 가장 용이한 행위입니다.
필자가 자연을 동경하며 그 하나하나에 내재한 미(美)와 예(藝)를 반드시 찾아야 하고 찾아내야 하는 것을 평생의 화두로 삼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본능의 탐구, 본능 회복의 길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할 미(美)와 예(藝)가 지니는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특히 심연의 세계를 탐구하는 필자로서는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빛, 밝음, 선명한 형체, 오묘한 색감, 유수같이 흐르는 공기, 생명 특유의 빛나는 감성, 보배로운 심성의 여운, 자연 절기의 다정다감함이 세상을 이루는 요체이자 중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조된 의식의 끈을 더욱 놓지 않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 장엄한 자연의 실체적 진실이 담긴 생명의 원류를 듣고 보고 느끼고 있노라면, 필자의 시선은 어느덧 이를 미감(美感)으로 담아내려는 충동에 휩싸입니다. 이때에 이르면 특유의 예민함과 민감한 정서가 교차하는데 아마도 내재한 본성을 재현하려는 본능과 그 본능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잠재된 무의식의 표출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본능을 자각하며 뜨거운 8월, 남해군 남면 평산 작은 미술관에서 ‘마음과 빛과 향기를 담다’를 주제로 파스텔 전을 열었습니다. 파스텔 특유의 장점을 살려 순간마다 만나는 자연 속 본성의 향기를 그리워하며 그들 심연의 세계를 즐거이 표현하였습니다.
표현하면 할수록 분필같은 파스텔의 소멸은 소멸이 아니라 자연의 품격을 높여줄 감성의 미학으로 재생하게 되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아름다움에 반영될 이름 모를 야생화, 장미와 밤에 피는 꽃, 파도와 바람, 밧줄의 역할과 여름 바다의 낭만 그리고 노을빛 향기, 바퀴 자국의 선명성, 꽃들의 유희와 미소, 모과의 결실, 과거 미래 현재의 마음 길, 연결, 무제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만상의 기쁨을 자아내게 할 것입니다. 이런 기쁨이 있기에 꽃을 만날 때면 그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꽃의 순수함을 기립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야생화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야생화는 여느 꽃이나 다름없이 더 친밀하고 정답게 그리고 돈독한 우정을 나눌 것입니다. 별과 달, 무수한 초목 군생의 생령들, 밤이면 쉬어야 할 바람결까지도 야생화의 미소, 그 아름다움에 동화된 나머지 우정이 깊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특히나 기쁨이 절정에 이른 어린 꽃들의 웃음, 동심이 깃든 꽃 이미지를 만나게 될 때면 어린 시절 뛰놀던 고향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추억을 기리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의 가사를 읊으며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이러한 여정을 미술 전시관에서 경험해 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담긴 고향, 그 의미를 함축하여 고향이 상징하는 본래의 자리를 찾아 나서는 일, 이것이 우리가 모두 지니고 있는, 아니 누구나 지니고 있을 위대한 예술가의 행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보를 탐구하며 창작활동의 축은 솜씨나 손재주에 있다기보다 아름다움을 창안할 마음과 그 마음의 길에 번득이는 본성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8월 미학의 마음 길을 다시 추슬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