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11.22 17:08
TODAY : 포덕165년 2024.11.25 (월)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2020년 9월의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창립은 뜻있는 논산시민들의 오랜 바람이 이뤄진 것입니다. 논산이 1894년 동학농민혁명 2차 기포 때에 수만명의 남북접 동학농민군이 만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단일대오를 이뤄 공주로 진군했던 땅이었다는 자부심으로 저희들은 계승사업회를 창립했습니다. 곧이어 2021년 3월 ‘논산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공포되어 계승사업을 더욱 힘차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창립부터 논산시 농민회, 논산평통사, 논산민예총 등의 민주시민단체들과 함께하며 활동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모임 안에 연구조사위원회, 현장답사위원회, 기념사업위원회를 두고 논산동학 답사 및 강좌, 논산동학 인물 탐구, 논산동학 한마당 등을 실시하며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오늘에 바로 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립준비과정, 해마다 논산동학예술제를 개최하셨는데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창립은 2019년 11월 7일 논산 시민단체 주최 ‘평화협정과 방위비 분담금 바로 알기 강연회’를 마치고 제가 논산동학모임을 제안한 데서 출발하였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분들에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그해 12월에 박성묵 충남동학혁명기념사업회 위원장을 강사로 ‘함께 나누는 논산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강좌를 개최하며 논산동학모임 창립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단체이름을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로 정하고 다음 해인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10차례의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창립 준비모임을 갖고 연산관아터, 황산성, 황화대, 소토산 등 논산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적을 답사하며 논산동학농민혁명 관련 강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2020년 9월 6일 마침내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창립식을 논산시농민회 사무실 앞에서 열 수 있었습니다.
논산동학예술제는 작년에 충청남도의 지원으로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논산동학 마당극 ‘소토산 출정’(2022.9.24. 논산문화원)과 ‘서사 대동마당’(2022.9.25. 논산이트센터)으로 나누어 연이틀 개최하고 논산시 지원으로 논산동학답사와 전시회도 병행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논산동학 한마당’을 개최하며 쌓은 역량과 논산민예총, 논산평통사 활동가들의 협력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전문인들의 기획과 연출, 역량 있는 예술인들의 출연, ‘동학실천 시민행동’ 등 동학단체들의 방문과 성원이 행사를 더욱 알차게 했습니다.
논산동학의 가치, 논산동학의 역사에서 주목해야할 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논산동학의 가치’는 1894년 음력 시월에 전라도 삼례에서 출발한 전봉준이 이끄는 남접농민군과 충청도 청산에서 출발한 손병희가 이끄는 북접농민군이 논산 소토산에 집결하여 며칠간 단일대오를 갖추고 공주로 출정하도록 논산이 그들을 도왔다는 사실입니다. 수만의 동학농민군이 며칠간 먹고 자고 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논산이 동학군에 우호적이었고 군수물자를 대는 등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특히 논산 유림의 협력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상상력을 좀 발휘하면, 드넓은 논산 평야의 포용으로 남북접 동학농민은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전봉준과 손병희는 이른바 ‘형제 결의’를 했고, 모두거 하나 되는 ‘해방구’나 ‘대동세상’을 맛보고 공주로 진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외세라고 할 수 있는 나당연합군에 끝까지 맞섰던 논산 ‘황산벌 전투’의 결기는 19세기 말에 역사의 어둠을 밝히려고 척양척왜의 깃발을 높이 든 아래 소토산 동학농민군들의 함성과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이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1919년 3.1운동 시기에 매우 거셌던 논산인들의 만세운동으로 되살아납니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동학의 사상이나 가르침이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동학의 인간존엄, 생명, 평화, 평등의 사상은 우리 민본민주주의의 태동이요 근간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시천주, 인내천, 사인여천, 오심즉여심 등의 가르침에 큰 영향을 받았고 제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민족시인 신동엽의 대서사시 ‘금강’의 감동과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를 창립하고 활동하며 배우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교사와 문화예술 활동가인 저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수운 대신사의 ‘인간만이 최고 신령한 존재이니라.(獨惟人 最靈者也)’, 해월 선생의 ‘아이를 때리지마라.
아이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다.’, 동학의 영향으로 어린이 날을 제정한 방정환 선생의 일생과 어록은 제게도 큰 울림을 살아나고 있으며 제자들에게도 제가 전해주는 내용입니다.
시인이자 풍물을 하시는 예술가로서, 이번 동학예술제 극본을 직접 쓰셨고 또 마당극에서 전봉준 역할로 무대에 오르셨는데, 선생님께서 이 작품에 담고 싶었던 동학의 의미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동학 교주는 처형을 당하고 동학 지도자들은 평생 쫒기는 신세였습니다. 세계의 그 누구도 그들 편이 아니었기에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었습니다. 동학도들은 도저히 살 수 없어 목숨을 걸고 죽창을 들었습니다. 19세기 말 우리의 지성과 영성은 동학은 세계에 내놓아도 으뜸입니다. 동학혁명군은 전쟁에서 패하고 처참하게 죽었으나 도도한 역사의 장에서 이겼습니다. 논산동학 마당극 ‘소토산 출정’은 바로 논산에 왔다 간 무명 동학농민군들이 온몸으로 쓴 살 떨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분들이 쓰러지며 바라보았을 논산의 하늘을 바라보며 대본을 썼습니다. 현실이 어렵고 절망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128년 전 동학군들이 논산 들녘에 묻은 전언(傳言)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 이 글은 천도교중앙총부 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에서 발행한 매거진 <동학집강소>에 게재된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