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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화분 놓기

기사입력 2026.03.12 18:37 조회수 843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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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 화분 놓기 

    - 오혜정 


    방안을 푸르름으로 가득 채우는 

    시의 화분을 놓는다

    분수처럼 내리뻗은

    푸른 잎들


    나는 매일 화분에 언어를 주었다

    내 마음만큼 커가는 화분은

    어느새 내 키를 넘겨 지구 끝에 가 있었다


    유난히 마음이 쓰리던 날

    가슴앓이에 멍이 든 언어를 주었더니

    푸른 잎으로 뻗어나가는 화분은

    선율을 잃고 조금씩 화석이 되어버렸다


    나는 다시 시의 화분을 놓는다

    의미가 되는 언어를 주었고,

    화분은 달 끝을 지나 우주의 끝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주의 끝에서 화분은 내 마음에 응하며

    계속 계속 시를 피워냈다.



    *오혜정

    - 『시와 세계』 신인상 당선

    - 한양대 문학박사

     


    <시해설(감상)>

    오혜정 님의 <언어의 화분 놓기>란 시는 화분에 심어져 있는 식물은 시인의 마음에 따라 함께 변한다는 의미의 시입니다. 1연은 화분에 심어져 푸른 잎들이 자라며 시원스럽게 분수처럼 가지를 뻗은 나무의 외형적 모습을, 2연에서는 사랑하는 마음의 언어를 주었더니, 자랄 수 있는 데까지 자란 모습을 과장하여 지구의 끝에 가 있다고 했고, 3연은 상처를 입은 마음으로 나무를 바라보았더니, 멋진 곡선을 그렸던 가지가 모양새를 잃고 죽어 가는 모습을, 4연에서는 시인의 마음에 따라 식물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의미 있는 아름다운 언어를 주었더니, 우주의 끝까지 자라고, 나무 역시 시인에게 의미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보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고의 폭을 넓히자면 살아있는 모든 물질은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받는 ‘물오동포(物吾同胞)’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시입니다.

     

    글, 운암 오제운(신태인교구장, 동귀일체 고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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