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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 최제우 대신사 흉상 제막 봉고식, 11일 울산 여시바윗골에서 봉행수운 최제우 대신사 흉상 제막 봉고식이 포덕 166년(2025) 12월 11일 오후 2시, 울산광역시 중구 여시바윗골 동학관 앞마당에서 130여 명의 교인과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되었다. 여시바윗골은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10여 년의 주유천하를 마치고 정착하여 명상과 수련에 전념하던 곳으로, 1997년부터 성역화 사업이 추진되어 유허비와 초가가 복원되었고, 오늘날에도 천도교(동학)의 뿌리를 전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번 봉고식은 중앙총부 서소연 교무관장의 집례로 진행되었으며, 청수봉전(울산시교구 덕인당 최정숙), 심고, 주문 3회 병송, 수운 최제우 대신사 흉상 제막, 경과보고 및 약력보고(강병로 종무원장), 식사(박인준 교령), 축사(김산 유지재단 이사장), 헌화(수정당 김명덕 여성회장), 부산시연합 '한울합창단'의 천덕송 합창(제13장 기념송 1~3절), 심고, 폐식 순으로 봉행되었다. 강병로 종무원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출세 200년이었던 포덕 165년(2024)을 기점으로 추진된 대신사 출세 200년 기념사업에 대해 대신사의 사상과 업적을 재조명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학술·출판, 문화·공연, 성역화·기념물 건립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진행되었음을 밝혔다. 경과보고에 따르면, 학술·출판 분야에서 2024년 10월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기념 컨퍼런스를 열어 동학·천도교의 역사와 미래 과제를 논의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읽기 쉬운 동경대전·용담유사』와 『수운 최제우 대신사 자료집』을 출간해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널리 알렸다. 문화 분야에서는 창작 뮤지컬 〈용담 가는 길〉 공연과 출세 200년 기념식, 동학·천도교 초기 유물 전시회가 이어졌고, 전국 수운대신사의 유적지를 따라 걷는 동학 답사 퍼포먼스를 통해 대신사의 피체 노정을 체험하는 기록 사업도 진행됐다. 아울러 성역화 사업으로 수운대신사 태묘 일대 정비를 완료했으며, 유물전시회 당시 제작된 흉상을 청동 흉상으로 완성해 오늘 울산 여시바윗골 유허지에 제막함으로써 출세 200년 기념사업의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이번 흉상 제막은 대신사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개벽과 시천주의 가르침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상징적 결실로 평가된다. 박인준 교령은 식사를 통해 여시바윗골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와 대신사의 구도 행적을 짚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신사께서는 20세에 제세안민과 구도의 큰 뜻을 품고 이곳 처가에 의탁한 채 명산대천을 두루 살피며 인심과 풍속을 살피는 주유천하의 길에 나서셨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에 걸친 주유에도 구도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새로운 구도의 길을 이어가기로 결심하고 다시 여시바윗골로 돌아오셨습니다. 포덕 전 6년인 1854년 초옥을 짓고 농사와 수행을 병행하며 정진하던 중, 포덕 전 5년 1855년 3월 어느 날 한 이인이 나타나 건네준 책, 곧 『을묘천서』를 받는 첫 신비 체험을 하게 됩니다. 여시바윗골은 창도 이전 가장 근원적인 성지로서, 적멸굴과 함께 한울님과 소통하기 위한 정신세계의 발원지가 되는 곳입니다. 『을묘천서』의 수득은 천도교 창명 과정의 중대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곳은 동학 천도를 여는 여정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봉고식 이후 참석자들은 준비된 차와 음료, 다과를 나누며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천도교 창도의 정신이 깃든 여시바윗골에서 열린 이번 수운 최제우 대신사 흉상 제막 봉고식은 대신사의 구도 행적을 기리고, 동학·천도교의 정체성과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새기는 자리로 평가되었다. -
포덕 167년(2026) 천도교 달력 제작천도교중앙총부는 ‘한울님 도의 길, 한 해의 여정’을 주제로 한 포덕 167년(2026) 달력을 제작하고, 이를 전국 교구에 배포하였다. 이번 달력은 천도교(동학)를 창명한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생애와 사상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마련되어, 한 해의 흐름 속에서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근본 정신을 일상적으로 되새길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달력은 수운 대신사의 탄생과 득도, 교화와 순도에 이르는 생애의 주요 순간들을 사진과 해설과 함께 재구성했다. 각 월의 이미지는 수운의 사상적 전개와 발자취를 상징적으로 담아내어, 동덕과 교인들이 새해를 보내며 도가 깨어나는 길을 성찰할 수 있는 도력의 기록물로 완성됐다. 수운의 정신을 담아낸 ‘수운 천도체’ 적용 달력의 모든 사진 제목에는 천도교가 복원한 전용 서체 ‘수운 천도체’가 적용됐다. ‘수운 천도체’는 『용담유사』 목판본 활자를 바탕으로 복원한 글꼴로,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 삼경(三敬)의 정신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자음과 모음의 조화, 여백의 품격, 필획의 생명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전통과 실용성을 아우른 것이 특징이다. 이 서체는 천도교 홈페이지(chondogyo.or.kr) 내 ‘동학천도교아카이브’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OTF와 TIF 두 가지 포맷으로 제공된다. 인쇄물, 교재,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
천도교종학대학원, 경전·역사·수련 아우르는 열린 교리교육 중심지로 부상지난주 천도교신문 취재진이 찾은 천도교종학대학원(서울 수운회관)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의 열기로 가득했다. 종학대학원은 경전교육·교양강좌·수련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열린 배움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종학대학원의 핵심은 경전과 실천의 통합 교육이다. 동경대전, 용담유사, 신사법설·성사법설 등 천도교 기본 경전을 중심으로 한 정규 강좌를 운영하며, 각 강의에는 경전 독송, 수행, 명상 등 실천 프로그램이 함께 포함된다. 관계자는 “종학대학원 교육은 지식 습득이 아니라 마음공부를 통해 삶의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요강좌와 토요강좌가 정례화되면서 학습 선택 폭이 크게 넓어졌다. 수요강좌는 교리·역사·철학·시민교양 등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공개 강좌 중심으로 편성되며, 최근 ‘한국사 이야기’ 등 현대적 교양 주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토요강좌는 정규 교육과정의 중심축으로, 경전 강독 및 교리 심화학습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두 강좌는 모두 온·오프라인 병행을 통해 지방 교인·직장인·해외 거주자 등 시간·공간 제약을 가진 학습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반 수업 방식은 교단 내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접근성 높은 교육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학대학원은 교육 기회의 확대와 교리학습의 대중화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문 교육뿐 아니라 계절 수련과 동학 유적지 탐방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련, 특강, 공동체 활동 등으로 구성된 수련은 경전의 정신을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으로, 참여자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종학대학원은 내년도 신입생 및 수요·토요강좌 수강생 모집을 준비하고 있으며, 교육 콘텐츠 고도화와 온라인 플랫폼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대학원 관계자는 “종학대학원은 천도교의 전통 경전을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교단 구성원뿐 아니라 종교·역사·철학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 경전 연구, 실천 중심 수련, 현대 교양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천도교종학대학원은 앞으로도 시대 변화 속에서 천도교 정신을 학문적으로, 문화적으로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
[칼럼] 동학(東學) 연구를 넘어서 천도교학(天道敎學) 정립으로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인 지구 행성은 급변하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물질문명의 극단적인 발달과 정신적 가치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를 ‘개벽세(開闢世)’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혼돈(混沌, chaos) 속에서,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인류의 새로운 정신적 좌표를 제시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천도교의 근본 이념과 교리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천도교학(天道敎學) 정립은 시대적 요구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또 현재 모처럼 전국적으로 열기를 띠고 있는 동학 르네상스가 천도교에 대한 관심 혹은 연구(공부)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천도교의 미래와 인류의 활로를 열기 위해 천도교학 정립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대종정의(大宗正義)> 「오교의 신사상시대」를 보면 “우리 (천도)교의 본소(本素)는 가득히 차서 반푼의 더할 것을 요구치 아니하나, 이것을 발표하기는 사상문명으로 현대문명의 선구(先驅)를 지어야 하느니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스승님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다시 개벽’의 시대, 문명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갈 ‘천도교학’을 정립하여 포덕광제의 대업을 이루어야 한다. 그럼 우리가 정립해야 할 천도교학이란 무엇인가? 천도교학이란, 수운대신사가 창명한 천도(天道)와 동학(東學) 그리고 의암성사에 의해 근대적 종교체제를 도입·구축한 천도교(天道敎)의 교리, 역사, 문화, 사상 및 그 실천적 의미를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교의(敎義)를 넘어,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정신을 통해 현 시대의 문제에 대한 해법과 지구적 차원의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 현대문명의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적인 학문이다. 천도교학은 기독교학, 불교학, 도교학 등과 같이 종합학문적인 성격을 띤다. 따라서 앞으로 연구 성과가 축적된다면 이를 다시 분야별로 세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도교학은 그동안의 동학농민혁명 역사 중심의 동학(東學) 연구와는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이제는 K-컬쳐(=문화)의 뿌리가 되는 K-사상 연구 흐름과 함께 기존의 동학 연구를 넘어서는 천도교학을 연구·정립해야 한다. 동학 연구가 천도교의 뿌리와 발생 배경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천도교학은 그 뿌리를 바탕으로 현대에 살아 숨 쉬는 종교로서의 천도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를 학문적으로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천도교학 정립은 천도교를 단순한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의 살아있는 종교'이자 '미래 문명의 대안'으로 확립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작업인 것이다. 물론 천도교학 정립 과정에는 기존의 동학 연구의 축적된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엄밀한 문헌비평을 바탕으로 해체(解體, deconstruction)하는 작업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천도교학 체계 정립의 기본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종교학을 핵심으로 하되, 철학, 역사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학문적 방법을 통합하여 천도교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천도교의 핵심 교리(시천주, 사인여천, 후천개벽 등)와 역사(동학혁명, 3·1혁명 등), 조직(중앙총부, 교구), 수행/의례(주문, 시일식 등)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종합적 학문 분야로 정립한다. 마지막으로 천도교 사상이 현대 사회의 문제(환경, 평화, 인권 등)에 제시하는 의미를 찾아 실천적 역할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천도교학은 우선적으로 천도교의 다섯가지 핵심 교리를 중심으로 현대학문을 참조하여 그 내용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시천주(侍天主)의 종교학·신학적 정립이다. "내 몸에 한울님을 모신다"는 이 근본 교리의 신관(神觀)과 인간관(人間觀)을 현대 종교학·신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심화해야 한다. 특히 한울님과 인간의 내재적 합일이라는 독특한 사상을 서구 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보편성과 독창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윤리학적 정립이다. "사람 섬기기를 한울님 같이 하라"는 가르침은 인류 평화와 공생의 시대를 여는 현대 윤리의 핵심 원리이다. 인간 존엄성을 극대화하는 이 사상을 생태 윤리, 사회 윤리 등에 확장하여 적용하는 학문적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후천개벽(後天開闢)의 문명사적 해석이다. ‘다시 개벽(開闢)’을 통해 오는 지상천국(地上天國) 건설의 비전은 시대적 변혁과 새로운 문명 건설의 동력을 제공한다. 이는 미래학, 사회 변동론 등의 관점에서 재해석되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수심정기(守心正氣)의 수양론적 정립이다. "마음을 닦고 기운을 바르게 한다"는 수양법은 현대인의 정신 건강과 영성 회복의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이는 심리학, 명상학 등의 학문과 연계하여 그 과학성과 실천성을 입증하고 보급해야 한다. 아울러 의암성사의 ‘이신환성(以身換性)’ 수행법과 비교분석하여 천도교 수행법의 변화발전 양상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이웃 종교의 수행법과 비교하여 그 독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궁극적 목표로서의 지상천국(地上天國) 건설론이다. 천도교의 최종 목적인 '이 세상에 한울나라를 건설하는 것'을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적 관점에서 연구하여 구체적인 사회 개혁 모델과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구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해서 구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천도교의 역사를 철저한 고증(=실증)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 사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공정하게 기술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미흡했던 천도교 제도변천사의 연구·정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천도교백년약사<상권> 이후 중단되었던 교사 편찬을 차근차근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 천도교학 정립의 실제적인 방법론은 무엇일까? 우선 천도교 중앙총부 산하에 독립적인 (가칭)천도교학연구원이나 천도교학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대학교를 설립하여 천도교학과를 설치·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현재 운영 중인 천도교종학대학원과 연구소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를 위해 먼저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교단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종교학, 철학, 역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연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지원하여, 학문적 객관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전의 현대적 해석(解釋) 및 교재 편찬이다.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등의 핵심 경전을 현대어로 풀이하고 주석을 달아 일반 대중과 학계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인과 일반인을 교육할 체계적인 천도교학 교재를 편찬해야 한다. 경전의 현대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교인들의 정성과 지혜를 모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질높은 번역과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도래할 통일시대를 생각한다면 북한 천도교경전에 대한 비교 연구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천도교종학대학원의 교재로 우선은 ‘천도교학 개론’ 같은 것을 편찬하여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외 학술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국내외 주요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학술 교류를 통해 천도교 사상의 글로벌 보편성을 검증하고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천도교학 학회나 연구회 등 연구 네트워크를 조직·운영해야 한다. 물론 현재 운영 중인 동학학회와 연계하여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각 분야(교리, 교사, 의례, 사상사 등)별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천도교학 총서'를 발간하여 학문적 권위를 확보하고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이와 함께 천도교의 예복, 노래(천덕송과 송가), 건축 등 종교 예술과 문화적 표현을 분석하여 한국 종교 문화사 내에서의 위상도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천도교학 정립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첫째, 종교적 정체성 및 위상 강화이다. 학문적 기반 위에 교리가 정립되면, 천도교는 근대적 민족 종교라는 역사적 수식어를 넘어 현대 인류 문명의 대안을 제시하는 종교로서 새로운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둘째, 대사회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정립된 학문적 논리를 바탕으로 교육, 윤리, 환경, 통일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천도교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참여와 영향력이 크게 증대될 것이다. 셋째, 천도교 세계화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인내천, 사인여천 등 천도교의 보편적 가치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여 국제 학계에 소개함으로써 천도교의 세계화를 위한 단단한 발판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천도교학’ 정립으로 용시용활(用時用活)해야 할 시점이다. ‘다시 개벽(開闢)’의 정신은 단순히 과거의 구호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는 천도교의 생명력이다. 지금은 천도교학 정립을 통해 천도교의 빛나는 사상을 현대 학문 체계 안에서 새롭게 부활시켜야 할,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다시 개벽'의 시점이다. 교단과 학계, 그리고 모든 동덕들이 힘을 모아 천도교학 정립의 대업(大業)에 매진할 때, 천도교는 민족의 구심점을 넘어 인류의 정신 문명을 선도하는 종교(=인류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천도교학 정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요 우리의 소명이다. 글 박돈서(선도사, 공주교구장, 감사원장대행) -
“동학 정신을 우리 삶의 가치철학으로 가져가는 것, 그것이 제 꿈이자 바람”나이 마흔에, 서울살이를 끝내고 강원도 홍천 서석면에 새로 둥지를 튼 권소영 대표는 원래 동학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프랑스 출장길, 관계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친 프랑스혁명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인정한 동학사상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설파한 뒤, 그다음 날 회의가 믿기지 않을 만큼 술술 풀렸던 경험이 동학과의 인연이라면 인연일 터였다. 한데 2007년, 그가 살러 온 홍천 서석면 풍암리가 동학혁명 전적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 인연이 오려는 길이었구나.” 하고 직감했다. 홍천에 내려온 뒤에는 마을 주민들 요청으로 4년 동안 아이들에게 동학과 동학혁명을 이야기했다. ‘시천주’ 사상에 담겨 있는 존엄과 평등, 공존과 존중을 가르쳤다. 홍천에 자리 잡을 때만 해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칭도 하고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동학 사업을 좀 키워보자”는 서석면 면장의 제안으로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나선 것이 본격적으로 ‘동학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이후 홍천 서석면 풍암리 동학혁명군 전적지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기 시작해, 2024년까지 동학혁명 전적지 탐방, 휘호대회, 백일장, 보드게임, 메모리카드, 동학탑놀이, 동경대전·용담유사 목활자 퍼즐, 선양극과 추모음악회, 명상과 심리 치유 프로그램 등 수많은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그 무수한 콘텐츠의 아이디어 창구이자 이를 실제 구현으로 이끈 장본인이며, 11월 6일 발대식을 갖는 '강원동학21'을 이끌어나갈 권소영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동학,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진행: 노은정 전 편집장) ▶ ‘강원동학21’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와 단체 설립 과정, 지금까지의 주요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강원동학21’이라는 이름에 세 가지 축을 담았습니다. 하나는 강원 지역 동학의 역사예요. 인제, 정선, 영월, 평창, 원주, 강릉, 고성, 홍천 등 곳곳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고, 「동경대전」이 발간되고 보국안민의 기포가 다시 일어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동학의 핵심 사상, 시천주와 삼경사상, 인내천과 사인여천 정신입니다. 셋째는 이 사상을 21세기 현재의 언어와 삶으로 풀어가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래서 ‘강원동학’ 뒤에 ‘21’을 붙였습니다. 제가 홍천에 온 지 20년이 되어 갑니다. 2017년에 당시 서석면 면장님이 제가 기획·컨설팅하는 걸 알고 “서석면에 동학혁명 유적지가 있는데, 이걸 제대로 키우고 싶다”며 동학 관련 사업을 제안하셨어요. 당시 서석면동학혁명추모사업회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주축 어르신들만 남아서 사실상 활동이 거의 없던 상태였어요. 한데 공모사업을 하려면 단체에 소속돼야 하니, “단체 이름을 좀 빌려 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해서 2017년 국가유산청 지역유산활용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동학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14개의 프로그램 개발은 거의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동학 정신을 서예로 표현하는 전국 휘호대회와 학생들이 동학농민혁명 과정을 공부하며 글을 쓰는 백일장, 역사 흐름과 인물을 게임으로 배우는 보드게임과 메모리카드, 시천주·존엄·존중·공경 같은 키워드를 몸으로 익히는 ‘동학탑놀이’,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목활자본 퍼즐과 인쇄 체험, 지역주민이 만든 선양극과 추모음악회, 동학 아카데미, 초등학교 체험,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동학사상과 명상을 결합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과 동학군 복장을 입어보고 행진하는 체험과 동학 관련 유튜브와 캐릭터, 이모티콘 대회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초등학생, 중·고생, 학부모, 마을 주민과 군인들까지 합치면 대략 5천 명 정도가 홍천 동학과 동학혁명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 기반을 바탕으로, 홍천을 넘어 강원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강원동학21’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개발해 오신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합니다. 휘호대회, 보드게임, 심리 치유 프로그램, 음악회 등 조금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기획을 할 때 ‘한정된 틀’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산 1,000만 원이면 2,000만 원 이상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늘 고민합니다. 그래서 동학 프로그램들도 교육, 놀이, 예술, 심리를 한데 묶어 설계하고 있어요. 먼저 휘호대회는 강원도 교육감님께서도 칭찬하신 행사입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과정을 공부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고, 글씨에 담긴 마음도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 진행했습니다. 심리 치유 프로그램은 동학사상을 현대 심리학 기법과 결합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이 시천주·삼경사상, 수심정기를 체험형으로 접하도록 설계해서, 프로그램이 끝나면 마음이 굉장히 차분해졌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이건 제가 아이들 코칭과 부모 상담을 오랫동안 하면서 쌓은 경험과 동학 공부가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이 음악회입니다. 저는 어릴 때 클래식을 전공해볼까 고민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동학 스토리텔링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11월 6일 강원동학21 발대식에서도 음악과 동학 이야기를 엮으려 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첫 곡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시작합니다. 인트로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돌아보게 되는 자각의 느낌이 있거든요. 이어서 「나 하나 꽃 피어」라는 가곡이 불립니다. 나 혼자만 피어서는 숲이 되지 않지만,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꽃을 피울 때 어떤 세상이 열리는지를 동학 정신과 연결해 설명하지요. 또 영화 「미션」에 나오는 「가브리엘스 오보에」를 들려줍니다. 이 곡을 들으며 동학군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나눕니다. 이렇게 곡마다 스토리텔링 해설을 붙입니다. 음악적 분석만이 아니라 이 곡이 동학과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감응 매치하여 이야기하면, 관객들이 깊게 공감합니다. “난 동학은 어려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들으니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시죠.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합니다. 밥을 먹을 때 “농부가 쌀을 안 만들었으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엄마가 밥을 해 줄 때와 안 해 줄 때의 차이, 그 사이의 정성과 마음을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면, 생각의 폭과 깊이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저는 그 과정을 ‘동학식 수심정기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 최근 홍천군의회 본회의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고, 이후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계신지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말씀드린 대로 어이없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동안 쌓아 온 기념사업과 주민들의 호응, 전국적인 평가를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학 정신을 이야기하는 내가, 동학이 말하는 수심정기와 시천주를 어느 만큼 실천했는가를 먼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군의회 내 갈등, 몇몇 기사에 따른 감정적 반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동안 해 온 활동의 진정성과 필요성을 더 깊이 이해시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은 2026년 재발의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군의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기념사업의 의미와 내용, 강원특별자치도 조례와의 연계, 홍천이 갖는 상징성을 차분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추모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입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추모일이 양력 10월 23일로만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음력 10월 23일입니다. 올해부터는 이 부분도 바로잡고, 음력 추모일을 기준으로 강원동학21이 준비하는 추모·기념 행사를 체계화해 보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논쟁도 결국 조금 더 좋은 길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보고, 끝까지 책임 있게 풀어가려 합니다. ▶ 조례 제정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조례가 통과될 경우 지역사회와 동학 기념사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조례는 결국 공공의 약속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이미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조례’가 있어서, 큰 틀에서 강원동학21 사업을 하는 데 제도적 장애는 없습니다. 하지만 홍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의 실제 무대는 홍천군입니다. 홍천군에 조례가 제정되면, 다른 시·군에 선도적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고, 기초자치단체가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과 동학 정신 계승을 법적 책무로 인식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민간의 열정과 자발적 재능기부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면, 조례 제정 이후에는 예산·인력·교육·관광 정책과의 연계가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동학 정신을 강원도 정체성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공적 선언이 되는 셈이지요. ▶ 강원동학21이 비영리 사단법인, 궁극적으로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추진 상황과 법인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요? 현재는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최종 목표는 재단법인화입니다. 사단법인은 사람 중심의 조직이고, 재단법인은 재정과 자산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플랫폼입니다. 강원동학21이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재단법인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은 강원도 곳곳에서 동학과 동학 정신에 공감하는 분들을 모아 ‘강원동학21 재단법인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 법인을 통해, 재정적 안정화를 이루고, 동학 해설사, 강사, 프로그램 기획자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학교·지자체·문화재단·시민단체·천도교 교구와의 협력 구조를 정비해, 동학 정신을 강원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저는 천도교 입교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화된 동학 정신을 삶의 철학으로 전하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의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동시에 천도교중앙총부와도 마인드 교육, 직무·인성 교육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천도교도 함께 알려지고, 강원도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강원 지역의 동학 유적을 잇는 ‘동학길’ 사업과 2027년 해월 최시형 신사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준비 중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강원동학21이 준비하는 큰 축 중 하나가 ‘강원 동학길’ 역사 투어예요. 원주–홍천–인제 권역, 홍천–평창–횡성 권역, 홍천–고성–강릉 권역, 홍천–영월–정선–원주 권역으로 나누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코스를 구상하고 있어요. 단순히 “여기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 전개 과정과 시천주·삼경사상, 인내천·사인여천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 되도록 설계 중입니다. 특히 2027년 해월 최시형 선생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해월 선생 평전을 쓴 분들의 책을 거의 다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월 신사의 삶과 사상을 담은 선양극·뮤지컬 시나리오를 세 편 정도 써 두었고, 앞으로 검토를 받아 무대에 올려보려 합니다. 해월 선생이 걸었던 길을 실제로 따라가며, 공연과 강의, 명상과 음악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해월의 길을 따라서’라는 이름으로 강원도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 과정에서 춘천교구, 원주교구, 강릉교구 등 강원 지역 천도교 교구들과의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각 교구가 지닌 역사와 인적 자원을 살리면, 교구 입장에서도 창조적인 선도 역할을 할 수 있고, 강원동학21은 종교색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동학·천도교의 가치를 넓게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 여러 자리에서 “정치는 멈춰도 동학 정신은 멈출 수 없다”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동학 정신은 어떻게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동학은 1860년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 창도하신 이후, 해월 최시형 선생, 의암 손병희 선생으로 이어지는 차원이 다른 생각의 가치혁명이었습니다. 희망이 거의 없던 시대에 ‘하늘이 사람 안에 있다(시천주·인내천)’는 말은 글자 그대로 빛이었죠. 지금 우리는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누리는 것 같지만, 자기 삶의 주권을 온전히 행사할 자질은 오히려 부족해진 부분을 많이 보곤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면 환경과 타인 탓만 하고, 정치·사회적 문제도 내 마음과는 별개라고 생각하지요. 시천주 사상은 한울님을 모시기 위해 수심정기, 마음을 닦고 기운을 바로 세우라고 가르칩니다. 삼경사상은 만물을 공경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저는 이걸 오늘의 언어로 정리하면 존엄, 존중, 공존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존엄한 한울님으로 여기며 수심정기를 실천하고, 타인과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고, 함께 어우러지는 공존을 목표로 삼는 것.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소통 이전에 존중이 없습니다. 만나서 각자 자기 말만 하고 돌아가면서 그걸 대화라고 부르기도 해요.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과 감정이 앞서다 보니 조율과 조화가 설 자리가 적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학 정신을 AI 시대, 포스트휴먼 시대의 K-철학, K-동학으로 정리하고 싶어요. 인간의 존엄과 마음의 평화, 타인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동학 정신이 오늘의 사회 가치로 뿌리내린다면, 정치적 양극화와 혐오, 차별, 공동체 붕괴 같은 문제의 뿌리가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 그리고 시민사회나 지방정부, 중앙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석면동학혁명추모사업회는 1976년부터 있었지만, 오랫동안 일부 주축 인물 중심으로 돌아가며 조직의 임무와 기능, 목표와 가치가 거의 사장된 상태였어요. 2018년부터 제가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공모사업을 따오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산을 끌어오며 조직의 틀을 새로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석면 원주민도 아니고, 여성, 그것도 아줌마라는 이유로 괜한 트집과 반발을 겪기도 했습니다. 서석면 안에만 동학을 가둬두고 싶어 하는 분들은 “왜 홍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느냐, 왜 강원 전체를 이야기하느냐”며 반대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같이 일하자”고 나서는 사람보다, 멀찍이 서서 지켜보거나 트집을 잡고 험담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참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시·군이나 도 단위에서 이 사업을 바라보는 분들은 ‘너무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해 주시더라고요. 사회 문제와 조직 문제로 고민하는 리더들은 동학 정신 계승 사업을 보면서 “우리 지역에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가까이에서는 홀대받고, 멀리서는 부러움을 사는 모습이 종종 헛헛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앞으로는 강원동학21 발대식을 계기로, 강원 지역의 뜻있는 인재와 명망 있는 추진위원들을 적극적으로 모실 생각이에요. 시민사회에는 “이건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공동체의 가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지방정부에는 “정신문화의 토대가 튼튼해야 지방자치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앙정부에는 동학 정신을 전국적 가치로 확산하는 데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드리고 싶고요. ▶ ‘동학’과 ‘예술’을 결합한 문화기획이 권 대표님만의 강점인 듯합니다. 앞으로 꿈꾸는 음악·예술 프로젝트와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요? 저는 동학을 책 속의 사상으로만 두고 싶지 않아요. 노래와 연극, 클래식과 국악, 뮤지컬, 영상과 유튜브 채널 등 사람들이 실제로 감동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형식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이미 홍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공연과 강연, 프로그램을 올리고 있고, 이번 강원동학21 발대식에서도 클래식과 동학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문 음악인들이 “우리끼리만 좋다”고 만족하는 데 머무르면 확장이 안 된다고 늘 말합니다. 예술은 결국 남이 듣고 감동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5년 안에, 강원동학21을 재단법인으로 세우고, 해월 최시형 선생 탄신 200주년에 맞추어 해월 선생 선양극·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고, 정치·사회·교육·문화·예술 전반에 동학 정신을 녹여낸 가치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 ‘21세기형 동학운동’을 거창한 혁명으로 보지 않습니다. 각자가 스스로를 존엄한 한울님으로 여기고, 그 눈으로 타인과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이미 개벽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명상도 결국은 ‘자기라는 한울이 자기 마음을 경계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렇게 보면 매일이, 지금 이 순간이 이미 동학운동의 현장입니다. 강원동학21이 그 현장에서 작은 촛불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강원도에는 동학으로 공동체를 다시 세우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기억하고 느리지만 또 저 같은 분이 나오셔서 이어간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 기억을 남기는 일도 있지만 누군가의 사명으로 넘겨주는게 제 마지막까지의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습니다. -
천도교 고유 서체 ‘수운천도체’,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 가능천도교의 첫 공식 서체인 '수운천도체’가 이제 천도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월 21일 중앙총부에 공식 기증된 이후 약 5개월 만에, 천도교의 정체성과 동학 사상을 담은 글꼴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수운천도체’는 『용담유사』 목판본의 활자 형태를 디지털로 복원한 서체로,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강정환 교구장이 기획하고, 연세대학교 박종욱 교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하였다. 서체는 천도교 정신의 상징어인 ‘경천(敬天)·경인(敬人)·경물(敬物)’의 균형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자음과 모음의 조화, 여백의 품격, 필획의 생명감이 특징이다.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 현재 수운천도체는 천도교 공식 홈페이지(www.chondogyo.or.kr) '동학천도교아카이브'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한글·워드프로세서·디자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OTF·TTF 두 가지 형식으로 제공된다. 또한 교단 기관과 교구, 청소년 포덕활동 단체가 인쇄물이나 교재, 영상 콘텐츠 제작 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강정환 교구장은 “수운천도체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신앙의 언어이자 포덕의 매개체”라며, “『용담유사』의 혼이 깃든 글씨로 천도교의 말씀과 철학이 세상 속에 스며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단 시각 정체성 확립의 첫걸음 중앙총부는 수운천도체 배포를 계기로 향후 교단 인쇄물 및 홍보물 서체 통합, 청소년 교화 자료 및 포덕 콘텐츠 제작, 교구별 행사 포스터·배너 서식 제공 등의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글씨 하나로도 신앙의 문이 열린다’는 신념 아래 탄생한 수운천도체가 천도교의 사상과 미학을 전 세계로 전하는 ‘포덕의 글씨’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
천도교 경전이 궁금해요수운 최제우 대신사는 1860년 동학을 창명한 이후 교도들에게 가르칠 자신의 종교적 교의를 담은 글을 지어요. 이 글들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어요. 첫째는 「포덕문」, 「논학문」, 「수덕문」, 「불연기연」 등 동학의 본체를 밝힌, 한문으로 쓰인 글들이에요. 둘째는 「용담가」, 「교훈가」, 「안심가」, 「도수사」, 「권학가」, 「몽중노소문답가」, 「도덕가」, 「흥비가」 등 한글 가사체 작품과 단가 형태의 「검결」 등 교리를 노래로 표현한 것들이지요. 셋째는 한문으로 된 「시문」들과 「결」, 「주문」, 「팔절」, 「필법」, 「축문」, 「탄도유심급」, 「좌잠」 등 수행에 필요한 글들이에요. 이 글들이 쓰인 연대는 우선 1860년에 「검결」, 1860년 후반기 「용담가」, 「안심가」, 1861년 봄에 「포덕문」, 1861년 11월 「교훈가」, 1861년 12월 「도수사」, 「권학가」, 1861년 12월에서 1862년 2월 사이 「논학문」, 1862년 6월 「수덕문」, 「몽중노소문답가」, 1862년 11월 「필법」, 1863년 1월 「탄도유심급」, 1863년 4월 「좌잠」, 1863년 7월 「도덕가」, 1863년 8월 「흥비가」, 1863년 11월 「불연기연」, 「팔절」 등이에요. 「시문」들과 「결」 등은 이 사이사이에 쓰인 것으로 보여요. 이와 같은 수운 대신사의 저술들은 후대에 해월 신사가 주도해서, 한문으로 된 글[文]과 한시들, 「결」, 「주문」 등을 합해 『동경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책으로 출간해요. ‘동경(東經)’은 ‘동학 경전’을 줄인 말이고 ‘대전(大全)’은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뜻이에요. 이때가 1880년(庚辰年)이고 펴낸 장소는 강원도 인제 갑둔리에 있는 제자 김현수의 집이에요. 또 가사 8편을 합해 수운 대신사가 도를 받은 ‘용담정’ 이름을 빌려 ‘용담 선생이 남긴 글’이라는 뜻의 『용담유사』를 1881년(辛巳年)에 충북 단양 샘골 제자 여규덕의 집에서 목판으로 출간한답니다. 하지만 「검결」은 수운 대신사가 대구 감영에서 국문(鞫問)을 당할 때 문제가 된 노래여서 처음에는 제외되었다가 후에 다시 『용담유사』에 편입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어요. 현재 해월 신사가 주도해서 최초로 간행한 경진판(庚辰版) 『동경대전』이나 신사판(辛巳版) 『용담유사』는 전해지지 않고 있어요.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계미판(癸未版, 1883년)과 계사판(癸巳版, 1893)이 전해지고 있지요. 이 같은 경전이 판본으로 정착한 과정에서, 해월 신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기(靈氣)로 외워 구송(口誦)한 것을 제자가 받아썼다는 구송설(口誦說)과, 해월 신사가 관의 지목을 피해 도망 다닐 때 늘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녔다는 것, 그리고 목판본 후기(後記) 등을 분석해 구송설이 아닌 원본설(原本說)이 제기되기도 해요. 천도교 교령을 역임한 윤석산 전 한양대 교수는 구송설과 원본설을 통합한 절충설을 제기하고 있지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는 모두 동학의 교의(敎義)와 사상을 전달하고 표현한 중요한 경전들임에도 그 표현 양상은 매우 달라요. 그에 담긴 세계관의 차이 때문이지요. 『동경대전』은 당시 지배 계층의 사상이었던 유교적인 인식과 방법이 문장 진술이나 전개, 표현에 많이 원용되었어요. 반면 『용담유사』에서는 당시 기층문화를 이룬 민간 사상, 즉 풍수지리나 도참설, 역(易)사상 등이 많이 원용되었지요. 수운 대신사는 『용담유사』에 민중의 꿈과 이상이 담긴 사상을 담고, 이를 통해 보다 쉽게 자신의 사상을 펴고 고취하려 했어요. 『동경대전』이 한문 문장을 통해 지식층에게 교의와 사상을 전달하고자 한 ‘의미 중심의 경전’이라면, 『용담유사』는 민중들의 꿈과 소망을 담아내며 이들을 감화시키고 한울님이라는 존재를 깨닫게 하는 경전이지요. 이처럼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는 서로 다른 언어와 형식으로 표현되었지만, 결국은 하나의 진리, 곧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깨달음으로 귀결돼요. 수운 대신사가 밝힌 진리는 지식인에게는 사유의 혁명이었고, 민중에게는 구원의 희망이었지요. 『동경대전』이 동학의 사상적 체계를 세운 기둥이라면, 『용담유사』는 그 사상을 노래와 언어로 풀어 민중의 삶 속에 스며들게 한 강물이라 할 수 있답니다. 두 경전은 서로의 결을 이루며, 하늘과 사람이 하나 되는 길을 제시한 동학의 근본 정신을 오늘까지 이어오게 한 생명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참고한 자료: 윤석산 지음, 『동학 교조 수운 최제우』,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2004. -
10월 3일, 제236호 지면판 『천도교신문』 발간『천도교신문』 제236호(통권 631호)가 포덕 166년(2025) 10월 3일 자로 발간됐다. 1면은 「2025 경주동학문화제」의 현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동학 정신 세계화의 비상(飛上)”을 주제로 열린 이번 문화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신앙 축제로, 박인준 교령의 기념사와 젊은 세대의 참여를 통해 천도교의 미래 비전을 드러냈다. 이어 2면 기획특집에서는 시와 뮤지컬, 음악과 춤으로 재현된 ‘동학의 혼과 메시지’를 생생히 전하며, 문화제를 통해 드러난 교화와 교류의 새로운 방향을 다뤘다. 3면은 박인준 교령의 호남지역 순방 및 제4차 권역별 교역자 간담회를 집중 조명했다. “호남이 살아야 천도교가 산다”는 교령의 발언을 중심으로, 교단 쇄신과 제도 개선, 포덕 활성화의 구체적 논의가 담겼다. 교역자들의 현실적 제안과 중앙총부의 응답은 교단 내 활발한 소통과 개혁 의지를 보여준다. 4면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독립기념관 특별행사 ‘한국 독립운동과 천도교’를 다뤘다. 순국선열 추모식과 특별전, 학술 강연, 어록비 탐방 등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한국 독립운동의 사상적 토대이자 실천적 주역으로서 천도교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5면의 ‘여기, 한울사람’ 코너에서는 박돈서 감사원장대행 인터뷰를 실어 교단 신뢰 회복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감사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부지어천명(付之於天命)”의 마음으로 맡은 직임을 수행하겠다는 박 대행의 다짐이 인상 깊게 전해진다. 6면은 싱어송라이터 김현성의 단독 콘서트 「아름다운 사람들」을 다뤘다.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구절을 바탕으로 한 신곡들이 무대에 올랐으며, 최인경 사회문화관장은 “문화로 스며드는 교화”를 천도교의 새로운 길로 제시했다. 7면은 사진으로 구성된 ‘교단 일지’로, 중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단의 교령사 방문, 영등포교구 월산 김승복 종법사 환원 21주기 추모시일식, 제도개선위원회 제2차 회의, 충청지역 권역별 교역자 간담회, 종의원 운영위원회, 차상찬 학술대회 등 교단 동정과 기타 소식을 담았다. 8면 ‘개벽 캘린더’에서는 10월 교단의 주요 일정과 함께 『신인간』 900호 및 창간 100주년 기념행사 계획을 실었다. 제236호 지면판 『천도교신문』은 10월 5일 중앙대교당 시일식에서 교인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나 기타 지역은 추석 연휴로 인하여 연휴가 끝난 뒤 받아볼 수 있다. -
김현성, 동학을 노래하다…경전에서 길어 올린 신작으로 문화운동의 새 물꼬가을밤, 천도교중앙대교당 앞마당이 노래와 이야기로 환해졌다. 9월 25일 오후 7시,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싱어송라이터 김현성이 ‘자유와 독립을 향한 동학혁명의 이야기와 노래’를 주제로 단독 콘서트를 열고, 동학 천도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신작들을 처음 공개했다. 공연은 1부 ‘민족 시인의 노래·독립군의 노래’, 2부 ‘동학, 아름다운 사람들’로 나뉘어 진행됐다. 관람석에는 박인준 교령과 강병로 종무원장, 서소연 교무관장, 최인경 사회문화관장, 남연호 도서관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관객이 자리해 기타 선율과 서사에 귀를 기울였다. 서막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이어 이육사의 「청포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이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편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나는 자랑스런 의병이에요」와 신곡 「홍범도의 묘비」는 청중의 호흡을 낮추며 독립군의 마음을 불러냈고, 「이등병의 편지」와 「술 한잔」이 1부의 여운을 길게 남겼다. 무대 양옆 대형 스크린의 자막과 영상은 곡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했다. 2부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해월신사법설』에서 가사를 뽑아 쓴 신곡으로 채워졌다. 2부 공연 시작에 앞서 최인경 사회문화관장이 초대 손님으로 나와 동학 천도교가 3‧1혁명에서 촛불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의 심장부에 서 있었음을 환기시켰다. 최 관장은 “작은 문화운동이 국민의 마음에 스며들도록 전국 순회 프로그램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대중을 향한 천도교 문화운동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김현성 역시 “음악은 시대를 기록하고 메시지를 건네는 유용한 통로”라며, 전국 소극장 투어와 음악극·뮤지컬 등으로의 확장을 예고했다. “동학은 미지로 보일지 몰라도, 여기서 길어낼 에너지는 엄청나다”는 그의 기대가 덧붙었다. 이어진 「해월 선생 내게 물으시네」는 「대인접물」의 문장을 경쾌하게 풀어 천도교 교리를 자연스레 각인시켰고, 「탄 도유심급」은 바른 마음을 다잡는 경구를 리듬으로 새겼다. 『용담유사』 「흥비가」 구절을 인용한 「아름드리나무」의 흥겹고 포근한 결이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배우 김진휘의 ‘일하는 한울님’ 낭독이 이어지며 서소문 옥중 해월 최시형 신사의 육성이 현재의 시간 위로 포개졌다. 뒤이은 「해월, 작별의 인사」와 「세상에서 참 기쁜 일」은 수운 최제우 대신사를 만난 기쁨과 해월의 결연한 마음을 절제된 선율로 그려 깊은 공명을 만들었다. 김현성은 “(이 노래들은) 경전의 문장을 노랫말로 발췌해서 처음 들려드리는 것”이라고 창작 배경을 전했고, 무대는 「주먹밥」, 「기미독립선언을 노래함」으로 이어졌다. 앵콜로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관객과 함께 합창하며 밤하늘의 여운을 길게 남겼다. 내내 공연을 지켜본 20대의 비(非)교인 정소라(가명) 씨는 “자막과 영상 덕분에 노랫말과 맥락이 또렷했다”며, 신앙 배경이 없어도 동학과 천도교의 핵심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非)천도교인에게도 열린 입구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서울교구 송영기 동덕은 “중앙대교당 앞마당이 공연장으로 변한 순간, 교당이 ‘문화의 마당’이 될 수 있음을 체감했다”며 유연한 공간 활용의 가능성을 짚었다. 맑은 날씨와 어울린 선곡이 현장을 하나로 묶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강병로 종무원장은 “동학은 이런 식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오늘 콘서트에 크게 감동했다. 동학이 음악, 미술, 운동으로까지 이처럼 확장되는 방식이야말로 동학이 사회 속으로 퍼지는 길”이라고 강조해, 중앙총부가 지향하는 K-동학의 좌표를 다시 확인케 했다. 권윤호 동덕은 배우 김진휘의 낭독을 언급하며 “해월 신사께서 하셨을 말씀이 자막과 함께 흐르자 울컥해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음악과 서사의 결합이 만든 집중력, 신작에 맞춘 자막 운영의 효과가 눈에 띄이는 부분이다. 주선원 동학민족통일연구회 상임의장은 “매우 독특한 기획을 해줘서 오늘만큼은 정말 기쁘다. 경전 말씀이 오늘의 노래로 울릴 때 너무 좋았다”고 평했고, 서울교구 양윤석 선도사는 “최근 중앙총부가 추진한 행사 중 가장 빛나고 가장 탄탄한 기획”이라며 제작진의 열의와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김현성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노래로 만난 동학 천도교의 현재형 기록이었다. 수운 대신사와 해월 신사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와 선율로 되살린 무대, 그리고 그 무대를 발판으로 전국을 잇는 순회 문화운동의 약속이 한데 포개졌다. 문화로 스며드는 교화, 생활 속에서 자라는 신앙. 중앙총부가 열어갈 다음 장을 기대하게 하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
「2025 경주동학문화제」 동학 정신, 세계로 비상(飛上)하다포덕 166년(2025) 9월 27일, 「2025 경주동학문화제」가 ‘동학정신 세계화의 비상(飛上)’을 주제로 경주동학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는 의식, 공연, 비전 선포, 체험 프로그램을 촘촘히 엮어 천도교 신앙과 예술, 지역 공동체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서 마련됐다. 현장에 모인 천도교인과 시민들은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현재의 언어로 체험하며, 세계로 향하는 동학 정신의 다음 걸음을 함께 그렸다. 개막 의례는 용담교구 최중환 동덕의 집례로 청수봉전, 심고, 주문 3회 병송, 경전 봉독 순으로 경건하게 진행됐다. 이어 박인준 교령의 기념사, 주낙영 경주시장 환영사(송호준 부시장 대독), 경주시의회 이동협 의장 축사(임활 부의장 대독), 경상북도의회 배진석 부의장, 최재필 운영위원장의 축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환 연원회 의장, 강병로 종무원장, 명승철 연원회 부의장, 최상락 용담수도원장, 김명덕 여성회장, 박차귀 부산시교구장을 비롯한 각 교구장 등 교단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서울 및 지방 교구에서 참석한 교인들 외에 경주 지역 문화·예술계 및 시민사회 관계자와 시민들도 자리를 함께해 ‘경주에서 다시 밝힌 동학의 불빛’을 격려했다. 박인준 교령은 기념사에서 경주의 역사적 의미와 동학 정신의 세계적 가치를 강조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 고도로, 이곳 경주에서 동학 천도교가 창명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166년 전 경주에서 시작된 ‘다시개벽’의 커다란 울림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과 천지 만물,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삶을 살아가는 생명 사상, 모든 사람이 신분적, 인권적 차별이 없는 고귀한 인격체라는 만민 평등 사상의 정신은 동학농민혁명으로, 나아가 3·1운동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 헌법 정신으로 자리매김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 K-문화, K-예술로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했다. “천도교의 이름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꿈과 희망을 열어가기 위해 이곳에 모인 우리들인 만큼 경주동학문화제를 통해 동학 천도교의 참모습과 그 정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주시 가정리 출신 최해춘 시인은 『용담유사』 「검결」을 모티브로 한 자작 축시를 낭송해 오프닝 의식의 여운을 문학으로 이어 주었다. 주무대 공연은 극단 하랑시어터의 뮤지컬 「하늘을 품은 백성들」이 이끌었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인내천 사상과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장면을 오늘의 언어와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하늘은 멀리 있지 않네. 내 마음속에 숨 쉬고 있네”는 합창이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그룹사운드 ‘롱아일랜드’가 폭발적인 사운드로 축제의 열기를 높였고, 남성 3인조 보컬 ‘세심관’이 감미로운 하모니로 무대를 채웠다. 올해 무대에서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부산예술대학교 실용무용과 교수, 학생, 졸업생이 함께한 스트릿댄스 팀 ‘하단 패밀리’의 퍼포먼스였다. 이 공연은 천도교중앙총부–부산예술대학교–동천고등학교 간 업무협약(MOU) 의 첫 결실로 마련된 무대다. 협약에는 “부산예술대가 천도교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공연·전시 등 예술 활동을 펼치고, 중앙총부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며 천도문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확장한다”는 실천 과제가 담겼다. 이번 스트릿댄스는 MOU 정신을 현장에서 구현하며 축제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증명했다. 스트릿 댄스 공연이 끝나자 무대 중앙에 펼쳐진 미디어 퍼포먼스와 함께 천도교의 미래 비전이 선포됐다. “한울님 은덕을 잊지 않겠습니다.” “내 모신 한울님과 하나임을 믿고 신인간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가족·이웃종교·길 위의 모든 분들을 한울님으로 대하겠습니다.” “만물을 내 몸같이 돌보는 삶을 살겠습니다.”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을 내다보며 조화를 이루는 동학문화를 선도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스크린 속 화려한 영상과 함께 울려 퍼졌다. 이어 21자 주문 합송이 진행됐다. 무대에 올라온 박인준 교령은 “대신사님, 해월신사님이 마당 포덕을 할 때도, 동학혁명군이 죽창을 들고 싸우러 나가면서도 주문을 외웠다. 3·1혁명을 앞두고 의암성사께서 전국 지도자들을 모아 49일 기도를 봉행할 때도 주문의 힘으로 나아갔다. 오늘의 천도교가 세상에 널리 펼쳐지려면 주문 공부로 힘을 채우고, 그 힘으로 세상을 선도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말에 호응하듯 모든 교인이 함께 21자 주문을 21회 합송했다. 한편, 주무대 뒤편에서는 궁을장 노리개 만들기 체험, 활쏘기 체험, 신인간사·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전시, 홍보 부스 등이 운영됐다. 본 공연 뒤에는 라임&붐업MC의 디제잉으로 EDM 트로트 파티가 이어져,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되는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경주동학문화제에 참가한 교인들은 한목소리로 “젊어진 축제, 알찬 프로그램”을 꼽았다. 원주교구 김영덕 교구장은 “전반 구성과 완성도가 최고였다”고 평했고, 부산시교구 박차귀 교구장은 “21자 주문 합송과 함께 젊은 무대가 자부심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용담교구 노상규 동덕은 “시천주 사상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고, 대동교구 선영숙 동덕은 “가장 젊은 축제였다. 앞으로도 젊은 무대를 통해 새 세대 교화가 활기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에 개선을 바라는 의견도 솔직하게 이어졌다. 대구시교구 서광우 동덕은 “내용은 뛰어난데 관객 동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고, 울산교구 정의필 도정은 “햇빛 가리개 모자 등 현장 편의가 조금 더 세심했으면 좋겠다. 외부 주요 내빈이 참석한 만큼 앞줄 좌석 운영도 더 빈틈없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교구 방자명 동덕은 “전반 연출과 그래픽은 훌륭했지만 사전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은 내년 프로그램 기획과 지역 시민 참여 확대, 현장 운영의 디테일을 가다듬는 실천 과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가르침은 오늘날 환경, 평화, 인권의 의제를 관통하는 세계 보편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문화제는 동학 천도교의 언어로 예술, 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교화 생태계의 가능성을 엿보는 기회였다. 2025 경주동학문화제는 그렇게 참석자들의 가슴에 ‘비상(飛上)’의 약속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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