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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등골에 아직 남은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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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등골에 아직 남은 숨결

검등골에 아직 남은  숨결


산줄기들이 겹겹이 어깨를 맞대고

안개는 골짜기 이마 위에 낮게 드리운다.

계류는 돌틈 사이로 속삭이며

시간의 기억을 살짝 씻어 흘린다.

바람은 잎맥 위를 스치며

숨겨진 말을 일깨운다.


검등골, 그 깊은 골짜기에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 서셨다.

말씀은 울림이 아니라

물결처럼 돌과 흙 사이로 스며드는

조용한 숨결이었다.


경천(敬天)

하늘을 공경하라.

빛과 어둠, 별과 안개,

바람과 구름—

모두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경인(敬人)

사람을 존중하라.

서로의 눈과 손길을 살피며

차별과 굴레를 내려놓고

흙냄새처럼 평등을 품는다.


경물(敬物)

모든 만물을 존중하라.

돌과 나무, 흐르는 물, 부는 바람—

생명의 겹겹 속에서

감사와 경외가 숨 쉰다.


오늘, 우리가 이 골짜기를 다시 찾는 것은

기억을 좇기 위함이 아니라

마음을 깨우기 위함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세상을 세상답게 보는 눈을

다시 새기기 위함이다.


검등골이여,

당신의 산세와 계류, 바람과 안개 속에서

해월의 숨결이

우리의 발걸음을 이끌게 하소서.

삼경의 마음으로,

서로를 사람이라 부르는 그 순간까지

당신의 기억은 길이 되어 흐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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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암 박남문(포항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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